이커머스 공세에 의무휴업까지 겹겹이 악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대형마트가 울상을 짓고 있다. 다음달 의무휴업일이 추석 직전 일요일과 겹치면서 대목 장사를 놓치게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오프라인 업종 둔화로 실적까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묵은 의무휴업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최대 특수기간으로 꼽히는 추석 연휴 직전 일요일(9월 8일)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겹쳤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날(월 2회)에 문을 닫아야 한다. 올해는 대부분 지역에서 최대 대목인 추석 전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로 지정됐다.
이에 최근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추석 연휴 직전 일요일인 다음달 8일 의무휴업일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와 세 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전국 189개 시·군·구에 9월 8일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인 9월 13일로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같은 요청에 전국 대형마트 406개 중 100여개 지자체만 휴업일 변경에 합의했지만 서울·부산 등은 변경 불가를 통보해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추석 전날인 9월 23일(일요일)이 의무휴업일로 지정되면서 전국 대형마트의 절반 이상(277개)이 문을 닫으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는 평소보다 최소 1.5배 이상 매출이 뛴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무휴업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의무휴업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유통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쿠팡 등 이커머스와 달리 대형 유통기업에만 각종 규제가 국한된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유통 사업을 하면서 누구는 규제받고 누구는 규제를 안 받는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대다수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는 새벽배송 시장도 공략하기 어렵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정해진 탓에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지켜야 하는 의무휴업으로 연속적인 배송이 어려운 점도 있다.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매출 활성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 상황이다. 의무휴업 제도가 대형마트가 소위 ‘잘 나가던’ 전성기 시절에 마련된 만큼 지금의 사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최근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2분기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26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마트 역시 2분기 3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2분기(-270억원)보다 적자가 늘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단지 정부의 규제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대형마트가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유통산업 구조와 물류·배송혁신 등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애꿎은 화살을 이커머스 기업과 정부 규제에 돌린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을 시작했지만 소비자 편의, 제도 실효성 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는 만큼 규제도 상황에 맞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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