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조선의 연산군 재위 시절은 세종과 세조 그리고 성종의 치세가 막이 내리고 신권이 왕권을 압도하는 정치적 대혼란기를 맞이했다. 연산군 시절 발행한 두 차례의 사화는 조선 인재들의 씨가 말릴 정도로 피로 얼룩진 암흑기였다.
능력보다는 재물과 연고주의에 의해 관직이 결정되니 의정부에서도 불만이 팽배해졌다. <연산군일기> 연산 9년 5월 13일 기사는 “의정부에서 불법을 범한 자를 간관에 천거함이 부당함을 아뢰다”라고 기록했다.
의정부는 “장령 이규(李逵)는 전일 영천(永川)을 맡았을때에 받아들이는 것이 한정이 없고, 법 아닌 짓을 많이 했으니, 동등한 직으로 옮기는 것도 안 될 일인데, 하물며 대간(臺諫)이리까?”라고 꼬집었다. 대간은 의정부의 주장대로 각 관사를 규찰(糾察)하는 자리이다. 왕권을 견제하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감시자다.
이들은 “그 몸이 바르지 못하고서 어찌 다른 사람을 바로잡겠습니까? 경상도 백성들이 모두 이규의 불법을 알고 있으니, 만일 장령에 임명됐다는 말을 들으면 반드시 ‘이 역시 장령이 될 수 있으니, 대간이 날로 낮아지는 것이다’ 할 것”이라고 간했다.
또한 의정부는 사평(司評) 신영철에 대해서는 “그 아비 신정이 일찍이 인신(印信)을 위조한 죄를 받았다”라며 “위조는 천인(賤人)으로 간교(奸巧)가 심한 자라도 차마 하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정이 재상의 반열에 있으면서 감히 그 죄를 범함이리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마음가짐이 장리(贓吏)와 다름이 없다. 무릇 장리의 자손은 사판(仕版)에 올리지 않는 것이 국가의 정한 법이니, 영철이 벼슬길에 나오더라도 송사 판결 관원으로는 결단코 등용할 수 없다”고 개정을 촉구했다. 천하의 폭군 연산군도 의정부의 지적에 대해서 “불법의 사람을 어찌해 장령에 천거하였는지, 사실을 이조(吏曹)에 물어보라”고 명했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거취문제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자녀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 부인의 문서 위조 의혹 등이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급기야 조국 후보자의 부인이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조국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정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조 후보자를 임명하자니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고, 철회하자니 집토끼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니, 한 마디로 진퇴양난의 늪에 빠진 격이다. 천하의 폭군 연산군도 의정부의 의견을 반영해 재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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