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동교동계 움직임…‘관록이냐, 구태냐’
스크롤 이동 상태바
빨라지는 동교동계 움직임…‘관록이냐, 구태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9.09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J 서거 2주기 계기로 동교동계 정치적 스킨십 강화
정균환·정대철 당권도전 가시화…박지원과 대결 불가피
권노갑 정치 외유-한화갑 평민당 창당…동교동계 분열
‘호남 물갈이론-수혈론’ 확산 시 동교동계 구태로 낙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동교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동교동계 인사들이 지난달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를 계기로 정치적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광폭행보가 민주당의 야권통합론과 맞물려 일어나자, ‘동교동계 역할론’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뒤 내년 총·대선에서 부활을 노리는 시나리오다.

민주당 내 빅3로 불리는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이 저마다 DJ정신의 계승을 외치는 가운데, 차기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 놓고 동교동계 지원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때문에 민주당의 시선은 올해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동교동계 정균환 전 의원, 정대철 전 의원 등이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이미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DJ의 복심’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동교동계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동교동계가 한데 묶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교동계와 불편한 관계인 박 전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을 잡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동교동계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론 때문이다.

반면 박 전 원내대표는 최근 동교동계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월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과의 독대를 시작으로, 동교동계 화요모임에 참석하는 등 동교동계와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전당대회에서 동교동계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교동계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동교동계 가신(家臣)그룹이 아니다. 민주세력의 정통성도 없는 박 전 원내대표가 이희호 여사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정치적 잇속을 챙기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관계복원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생물이 아니냐. 관계회복이 절대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글쎄…회의적”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왼쪽부터 김옥두 민주당 상임고문, 한화갑 평민당 대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뉴시스

구심점 없는 동교동계…분열 불가피

일각에서는 동교동계의 역할론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DJ정신=야권통합’을 부르짖고 있으나, 동교동계조차 분열돼 있어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교동계 인사들은 뿔뿔이 흩어진 모양새다. ‘권노갑 김상현 김원기 한광옥 김옥두’ 등이 민주당 고문단에 몸담고 있지만, 리틀 DJ 한화갑은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DJ 적자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다.

문제는 과연 현재 동교동계의 구심점이 있느냐는 것이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한국외대 영문대학원에 입학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이 설립한 통일미래연구원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동교동계의 구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민주당의 고문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옥두 상임고문은 당내 원로의견을 지도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 상임고문이 손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손 대표 측엔 이미 동교동계인 박양수 전 의원이 포진돼 있다. 김 상임고문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김부겸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손 대표의 최측근이다.

달리 말하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동교동계의 표심이 ‘정대철 정균환 박지원 김부겸’ 등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동교동계가 당내 486그룹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당내 비주류모임인 ‘민주희망 2012’ 소속 문학진 이종걸 최재성 백원우 의원과 이인영 조배숙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타진 중이다.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서 단일화를 시도했던 486그룹이 또다시 선거연대를 들고 나올 경우 동교동계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 있다.

동교동계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호남 물갈이론’이다. 선거 때마다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호남 물갈이론이 차기 총선 때도 위력을 발휘할 태세다.

문제는 호남 물갈이론이 야권의 선거연대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제1당인 민주당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의 선거연대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호남 기득권 포기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호남 물갈이론을 받아들일 경우 동교동계의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왼쪽부터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 김상현 민주당 상임고문,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이창복 전 민주당 의원.ⓒ뉴시스

반면 동교동계가 호남 물갈이론을 거부할 경우 즉각 ‘기득권 지키기’, ‘구태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 민주당과 동교동계가 동시에 ‘호남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다. 여기에 ‘새 피 수혈론’까지 가세할 경우 동교동계의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권노갑 김옥두 정균환 정대철 김상현’ 등이 추석 직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리틀 DJ’ 한화갑 평화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관심사다. 한 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 앞서 동교동계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민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참패했다. 평민당은 당시 전남·북과 광주, 인천 등에 광역자치단체장을 내는 등 전국적으로 총71명의 후보를 냈으나, 단 한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 출마를 결심, 일찌감치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다. 한 대표 측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화갑 대표는 이미 지난 5월 전남 무안·신안 지역 활동에 들어갔다. 한 대표는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또 호남의 정치력 복원을 위해 총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DJ 차남인 김홍업 전 민주당 의원의 전남 무안·신안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리틀 DJ와 ‘생물학적’ 리틀 DJ의 한판 대결인 셈이다. 이 경우 동교동계의 분열 가능성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홍업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무소속으로 지내고 있고, 현재 지역에 내려오지도 않는 등 활동을 거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김홍업 의원이 출마한다면) 단일화를 할 용의도 있다. 민주당이 DJ의 정신을 말하지만, 지난 총선 때 (김홍업 전 의원) 공천도 배제하지 않았느냐”며 “현재 민주당에 DJ의 정체성이 없어진지 오래다”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민주당 부천 원미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교동계 막내 설훈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지역구 다지기에 나섰고,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인 장성민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전남 고흥·보성군에 출마할 예정이다.

한편 DJ서거 2주년을 기점으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의 DJ 적자 논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내 현재권력인 이들이 미래권력행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선 동교동계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정체성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듯 DJ의 햇볕정책과 대중경제론 등을 자신의 브랜드인 민생진보와 연결 짓고 있다. ‘DJ를 나의 영원한 스승’이라고 말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진보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종북진보’ 발언 등으로 궁지에 몰린 손 대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DJ의 생전 유지인 야권통합론을 주도하고, 동시에 그간 친분을 쌓았던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