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금융감독원은 1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DLF 상품의 설계, 제조,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이 반영되는 부분이 미흡했으며, 불완전판매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금융상품이 투자자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DLF 상품 투자자들 다수가 소비자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 일반투자자가 총 3,004명으로 92.6%를 차지했으며, 그 중 60대 이상은 48.4%이며,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은 21.3%에 달했다. 특히 고령층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 투자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경제활동 기회도 적어, 고령자 피해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다수 접수됐다.
금감원은 은행이 상품을 제조, 설계 판매하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선 DLF 상품 위험성에 대한 자제 리스크 분석을 거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상품 출시를 앞두고도 상품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이었다. 또한 은행은 기초 자산으로 사용된 해외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태에서도 위험성 등 거래조건을 변경하며 상품을 지속저으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DLF 상품 불완전 판매 의심사례가 20% 내외로 집계됐다. 이는 이번에 문제가 된 우리, 하나은행 DLF 상품에 대한 판매 서류 395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는 서류상 하자만을 검사한 결과로, 실질적 불완전판매 사례는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은 은행 측의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점을 다수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추후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위규 사항등에 대해서는 법리검토 절차를 거쳐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간 검사 브리핑을 진행한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마지막으로 은행에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은행이 신뢰회복과 피해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것이다"면서 "해당 은행들이 앞으로 적극적 협조를 하길 당부하고, 분쟁조정 과정에서 고객 보호를 최우선시 하는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금감원 관계자들의 일문일답이다.
Q. 분쟁조정위원회는 언제 열리고, 배상비율은 어느정도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나?
A. 어제까지 분쟁조전 신청 건수는 약 200건이며, 현장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결과가 끝난 후 조속히 진행하겠다. 또한 손해배상 비율은 거래 목적, 경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 상품의 구조적 위험성에 대해 은행이 얼마나 충실히 설명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된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양상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점 차원의 개입 여부가 분쟁조정에 반영될 수 있다.
Q. 확인된 불완전 판매 비율이 20%다. 무슨 의미인가?
A. 중간검사 결과 서면으로만 일단 확인된 것이 20%인 것이다. 아직 전체적 확인은 하지 못했기에 금융회사의 증언을 통해 향후 불완전 판매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Q.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어야만 배상이 가능한가?
A. 불완전 판매가 인정된 사례만 배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검사와 분쟁조정 과정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부분은 분쟁조정에서 참고자료로 사용할 뿐이다. 개별 건에 대한 분쟁조정 과정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Q. DLF투자자들은 은행의 사기죄를 주장한다. 사기죄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사기죄는 금감원이 아니라 사법당국에서 판단할 문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고의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 뒤, 자신이 이익을 얻었다는 3단계를 입증해야 한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한 사실관계를 입증 하는 것에 집중하고, 법리검토 과정을 거쳐, 행정제재 조치를 가할 수 있다. 다만, 사법당국 수사 시 검사 결과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자료를 제출하겠다.
Q. 사전에 피해를 방지하지 못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도 있다.
A. 금융감독당국으로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은 감수해야할 몫이라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정비하지 않았던 점은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Q. 금융피해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A. 예전에도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있었고, 검사 후 조정을 거치고 다시 망각되면서,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들을 한꺼번에 검사하는 것은 감독원으로서 첫 사례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Q.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고위험 상품 등을 은행에서 판매 제한하는 것도 검토 대상인가?
A.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제한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구체적 제재 조치를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제도 개선까지 염두해두고 현재 DLF 관련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제도 개선 부분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위원회와 합의 중에 있다. 향후 상품의 제조, 설계, 판매 등의 전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문제점을 짚어 내부 통제 강화나, 판매 부분 규제 강화를 고려할 것이고,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금융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
Q. 은행 경영진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는가?
A. 중간 검사 상황에서 경영진의 책임 부분을 말하기는 어렵다. 경영진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감하나 검사과정에서는 법규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실 관계를 최대한 파악한 후, 경영진 책임 여부는 절차상으로 검토해 봐야할 문제다.
Q. 추가검사는 언제 마무리 되겠는가?
A. 추가적 검사는 상대방의 협조를 토대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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