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영역에 청년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구조 필요”
“민부론? 이미 몇 십 년간 해왔지 않나, 도움이 되겠나?”
“청년 문제 해결은 우리 사회 전체가 살기 좋아지는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여럿이다. 정계 입문 전에는 사람들로부터 ‘세월호 변호사’ 혹은 ‘거리의 변호사’로 불리었던 그는, 2016년 서울 은평구(갑) 국회의원이 된 이후 ‘거지갑(甲)’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론 그 별명에는 국회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하는 모습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담겼다.
그 별명을 얻은 지 어느덧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밤 11시까지 국회에 남아있다가도 다음날 아침 7시부터 일정을 소화하는 의원, 초선 의원으로서 두 번째로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모범적인 의원 상인 백봉신사상 대상을 받은 의원, 그리고 민주당 청년 당원들로부터 청년을 대표하는 1등 의원으로 뽑힌 의원.
지난 9월 27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을 의원회관에서 청년지침서 시즌2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인터뷰 도중에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트북을 앞에 둔 박 최고위원.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기자는 무엇이 그를 바삐 움직이게 하는지부터 물었다.
- 무엇이 본인을 움직이게 하나.
“어렵게 국회의원 됐으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 1~2년은 가능해도 3~4년은 한계가 있지 않나.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니까 그 기간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정말 소중히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힘들지 않나.
“힘들다. 나는 피곤하면 턱이 부정교합이라 턱을 못 다문다.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할 때 정말 아프다. 지난 한 달 내내 그랬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몸이 아프고 힘들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지지를 해주셔서 국회의원이 됐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지지를 해주신 분들은 내게 이런저런 일을 하라고 하는데, 내가 편하게 있으면 누구한테 좋겠나.”
- 행복한가.
“행복? 나는 사실 인생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밥도 수 만 끼 먹는데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옷도 아무거나 입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 무언가 큰 이상(理想)이나 바라는 세상이 있나.
“세계가 다 평화롭고, 사람들이 가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안전하게 살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소원이다.”
청년기본법 발의한 이유.
“청년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구조의 필요성 때문”
박 최고위원이 바라는 세상에는 청년들이 행복한 세상도 포함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순히 국회에 청년 의원의 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입법을 넘어서는 정책범위, 즉 정부 정책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늘릴 것을 강조했다. 각 정부부처가 만든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청년 정책기획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한 법안이 바로 그가 발의한 ‘청년기본법’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제20대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 청년 관련 가장 관심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나는 청년기본법을 발의한 사람 중 하나다. 청년 법안은 청년이 직접 만들어야 청년의 목소리가 담기고, 그래야만 청년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아닌 사람들이 어림짐작해 만든 청년 정책이 얼마나 도움 되겠나. 그래서 나는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 청년미래연석회의, 2030컨퍼런스 등은 민주당이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가.
“아직 거버넌스 구조라고 부르긴 어렵다. 청년기본법이 통과 되서 공식적으로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구조라고 부를 수 있다.”
- 2030컨퍼런스 수상작들이 정말 정책에 반영될 것이라 보나.
“소요 예산 규모를 보면 수용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청년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어떤 부분에서 도움 받고 싶은지, 또 그 길이 이러한 방향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거다. 당에서 당장 100%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부분적으로 수용해나갈 필요가 있다.”
- 민주당 청년 당원들 사이에서 당이 청년을 기르는 데 인색하다는 말이 있다. 10년이나 된 청년 정치인 풀(pool)보다 외부 인사 영입이 주라는 불만을 어떻게 보나.
“어느 정당이나 내부에서 인재를 길러내는 구조가 약하다. 그래서 선거 시기가 되면 외부 인사를 끌어들이곤 한다. 여기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당내에서만 키워내면 같은 색의 인물만 있게 돼 필요할 때는 외부에서 들여올 필요가 있다. 반면 내부에서 자라온 인재들이 보기에는 범위가 넓다는 것인데, 타당한 지적이다.”
- 청년 정치는 청년들의 참여 부족 때문인가, 아니면 586세대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인가.
“요즘 젊은 층은 취업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어렵다보니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정치에 참여할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거다. 이를 위해 정치 교육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거나, 취업난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청년들의 참여 부족은 청년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청년들이 편하게 정치에 참여할 기반 부족 때문이다.
반대로 586세대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순대로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지 않나. 그보다 청년들이 586 혹은 그보다 아래 세대와 경쟁할 수 있도록 고려해줄 필요가 있다.”
일자리 문제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
단기적으로 공적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내부 양극화 해결”
박 최고위원은 청년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세대’라고 정의했다. 즉, 청년 세대는 일자리 불균형과 경제구조가 지금까지 쌓아온 문제점으로 고통 받는 세대라는 것이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한 일자리 문제에 대한 박 최고위원의 생각을 담았다.
-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을 바탕으로 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제적인 규모가 축소하고, 기계화,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은 정규직에 고임금 일자리로, 좋은 일자리다.
과거 정부들을 보면 산업정책이랄 게 없었다. 금융을 푸는 형식이었지 산업을 육성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10년 동안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없어진 상태였다. 또 일자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일자리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졌다. 다수의 중소기업 임금 평균이 소수의 대기업 임금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 내부에는 양극화가 심화돼 좋은 일자리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 10년 이상 지속됐다.
특히 5~6년 사이에 취업해야 할 세대의 인구가 많다. 전체적으로 젊은 층의 인구가 적은데도, 신기하게도 이때 인구가 많다. 다 복합된 거다.”
-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산업의 경우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건 1~2년 걸려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마크해줘야 할 부분들이 있다. 당장 취업해야 할 세대들을 위해 공적인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존 일자리 내부의 양극화를 줄이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소득주도성장, 확장적 재정을 통한 공적 일자리 창출도 다 그 얘기다.”
- 소득주도성장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최근 그 대책으로 민부론이 제기됐는데.
“처음 구조를 변경하려다보면 이런저런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문제를 완화하면서 가는 거다. 궁극적으로 이 방향으로 안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민부론처럼 다시 대기업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허용할 건가? 민부론은 상속세 완화, 부의 세습 인정과 함께 노동자의 파업할 권리를 사실상 없애버린 거다. 이걸 이미 몇 십 년 동안 해왔지 않나. 이게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 당장 취업해야 하는 90년대 생을 위한 정책에는 지원금 지급 형태가 많다.
“지원금을 드리는 정책도 있고, 공공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도 있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있고, 많이 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재정의 한계가 있다. 또 재정을 확장적으로 쓰려고 해도 야당에서 못하게 한다. IMF나 OECD에서 우리나라에게 제발 확장적으로 재정을 쓰라고 권고한지가 수 년 째다. OECD는 ‘너네 정말 신기하다. 민간은 소비가 안 되고 국가재정은 그렇게 건전한데 왜 확장적 재정을 안 하냐? 너네 바보니?’라고 똑같은 공고를 몇 년 째 하고 있다. 그걸 해보려고 했더니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바꿀 수 있는 폭이 작아지고, 청년들은 이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하고. 하지만 설득해가면서 가려고 한다.”
-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한 부분이 많다. 나 역시 사회를 공정하게 만들어야 할 어른이었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
또 청년 세대는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에 의해 가장 고통 받는 세대기 때문에, 청년들과 함께 힘을 합쳐 사회의 여러 모순을 해결하고 싶다. 청년 문제만 해결해도 우리 사회가 크게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들만 좋아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같이 힘을 합쳐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