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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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2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0.1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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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난다.' 
'아니, 남들 다하는데 뭐 어때? 한번만 해보지 뭐.'

나는 결국 천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나는 입을 벌려 마약을 입속에 넣는 시늉을 했다. 여전히 마약은 내 손에 쥐어진 채……. 그리곤 수돗물을 한입 먹고 삼키는 척했다. 그러는 동안 악마의 약은 내 다른 한 손에서 조용히 뭉개지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 놀아보자."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얘들아 스피커 밑으로 가자."

준석이가 소리쳤다. 준석이의 외침에 모든 아이들이 거대한 스피커 밑으로 모였다. 
"쿵! 쿵! 쿵! 쿵!"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우리의 머리를 때려댔다. 사람만한 스피커는 베이스 소리에 맞춰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와! 대박이야. 인제 약기운 올라온다."
"역시 'E'에는 트랜스Trance 음악이 제 맛이지."
레이브 파티답게 몽환적인 트랜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스피커에서의 환락의 시간을 보낸 후, 아이들은 어느 샌가 스테이지로 올라가 현란한 춤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 때 저쪽에서 고등학교 1~2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시아 여자 두 명이 우리를 향해서 다가왔다. 그들의 입에는 아기젖병꼭지 같은 것들이 물려있었다. 그 두 명의 여자들은 우리 앞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들 중 한명이 태준이에게로 안겼다. 황홀한 표정의 태준이는 그 여자를 더듬으며 낯 뜨거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한명은 내게로 다가오더니 덥석 안겼다. 그녀의 체중이 느껴졌고 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손을 그녀의 허리근처 어정쩡한 위치에 둔 채,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앞을 보니 태준이와 그의 파트너는 이미 다른 데로 가고 없었다. 나에게 안긴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젖병꼭지를 빼더니 내 귀에 대고 영어로 속삭였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신 그녀의 입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야, 얘 입 냄새 최악이야."
"원래 'E'하면 다 그런 거야. 걔는 인제 네 거야, 맨. 나는 약하면 여자 필요 없어. 약이 여자보다 훨씬 좋거든."
옆에 멍하니 서있던 준석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옆에 있던 여자는 이미 맛이 간 상태였고 더 이상 감당을 할 수 없었다. 여자를 피해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얼른 도망쳤다. 여자 경험이 없던 나에게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부터 아이들과의 정상적인 대화는 힘들어졌다. 평소에 말이 없었던 진수는 알아듣지 못할 말만 해대고 있었다. 춤꾼이었던 준석이는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춤만 쳐댔다. 시계를 봤다. 어느새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서둘러 레이브 파티 장을 빠져나왔다.
"아, 이제 약기운 좀 사라지네. 'E'를 먹으면Drop 춤추는데 힘든 걸 모르겠어. 한 10시간도 출수 있을 것 같아. 재호, 넌 좀 어땠어?"

아직도 약기운에 들떠있는 준석이가 말했다.
"난 잘 모르겠어. 이번엔 잘 안 온 것 같아."
"그래? 다음엔 잘 올 거야."
"근데 넌 약기운이 오면 기분이 어때?"

"너 혹시 짜릿할 정도로 흥분한적 있어?"
"어! 예전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가 골 넣었을 때 무지 흥분했지."
"그 기분의 몇 배 되는 희열상태가 몇 시간 동안 지속 되고 천국이 따로 없어. 'E'를 먹고  트랜스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으면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니까."

"근데 이 약에 의한 부작용은 없어?"
"없긴 왜 없어? 이 약이랑 술이랑 같이 먹다가 재수 없으면 식물인간Comma상태가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뇌에 화학작용을 하는 약이기 때문에 뇌손상은 물론이고 많이 했을 경우에 척추에 무리가 생겨서 반신불수가 되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은 어려서 너무 많이 'E'를 먹어서 지금 반신불수가 돼있지. 그리고 내 친구 중에는 발기불능으로 고생한 친구도 있어."



"야, 완전 무섭다."
"말도마라. 예전에 내가 'E'를 두 알인가 먹은 적이 있었어. 그때는 희열이고 뭐고 없고 바로 지옥을 맛봤지. 춤추는 아이들 밑에 갑자기 악마의 불구덩이가 나타났고 그 위에서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치고 있는 장면을 실제로 봤어. 너무나도 무서웠어. 그래서 몇 시간동안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었지. 악마가 나를 잡아갈까봐."  

"야, 그러면서도 아직도 약을 먹는 거야?"
내가 놀라서 물었다.
"어차피 뇌손상의 증상은 몇 십 년 뒤에야 나타날 텐데 뭐……. 그전에 의학이 발달해서 괜찮을 거야."

하지만 이런 말을 웃으면서 하는 준석이의 동공은 풀려 있었고 정신 상태는 전혀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그의 정신 상태는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아보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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