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멈춘 한국당…지도부 책임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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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멈춘 한국당…지도부 책임론 ‘꿈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10.2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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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기회 잡고도 극우 행보로 중도층 흡수 실패…지도부 경험부족 지적 나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조국 사태’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하락했다. ⓒ뉴시스
‘조국 사태’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시 하락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의 상승세가 멈췄다.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수행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1%포인트 내린 32.2%를 기록했다. 한때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8.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지지율 흐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포스트 조국 정국’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여론의 흐름이 판이(判異)해졌음에도, 종전의 보수 결집 전략만을 반복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조국 사태’로 기회 잡은 한국당

한국당 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임명 강행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공정(公正)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조 전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전 장관 임명은 한국당에게 호재(好材)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기 직전이었던 8월 9일 <리얼미터>가 발표(tbs 의뢰로 8월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9.6%로 나타났다. 39.6%를 얻은 민주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정확히 10.0%포인트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퇴 직전인 10월 14일 <리얼미터>가 공개(YTN 의뢰로 10월 7~8, 10~1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당이 34.4%의 지지율을 기록해 민주당(35.3%)과의 격차가 0.9%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C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10월 11일 수행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9%가 ‘조국 장관이 퇴진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국 사태가 양당의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보수 유튜버들을 대거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뉴시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보수 유튜버들을 대거 초청해 격려하기도 했다. ⓒ뉴시스

‘포스트 조국 정국’ 준비 못한 한국당

하지만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한국당 지지율은 오름세를 멈추고 다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조국 수호 대 조국 사퇴’ 구도가 무너지고 다시 ‘민주당 대 한국당’ 구도가 형성되자, ‘친박(親朴) 정당’, ‘극우(極右) 정당’ 등의 이미지가 재차 부각된 까닭이다. 조국 사태 당시 유입된 중도층에게 어필할 만한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 참석, ‘박정희 향수 자극’에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당 지도부의 추도식 참석은 ‘우클릭’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나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27일 국회 헌정기념관 앞마당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전반기 정책평가 토크콘서트’에 보수 유튜버 ‘신의 한 수’, ‘토순이TV’, ‘세이렌코리아TV’ 진행자들을 초청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송으로 비판을 받았던 보수 유튜버들을 원내대표가 초청해 격려한 것은 중도층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행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한국당은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서 속옷만 걸친 문 대통령과 수갑을 찬 조 전 장관의 모습을 그린 애니메이션을 내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반사효과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상황에서,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보를 반복한 것이다.

지지율 상승세 ‘멈춤’…피어나는 지도부 책임론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도부 책임론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29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에게 조국 사퇴는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도구 성격인데, 사퇴 자체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끌어들인 중도층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는 생각을 안 한 것 같다”며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모두 보수 결집 전략을 쓰고 있는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며 “조국 사태로 중도층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인적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바람을 탈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극우 행보를 하면서 중도층에게 ‘역시 한국당은 아니다’라는 생각만 강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같은 자리에서 “오히려 민주당에서 초선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혁과 쇄신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다”면서 “지도부의 경험 차이가 이런 데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까지 놓친다면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조국 사태가 오히려 한국당 지도부에게 위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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