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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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3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10.2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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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재호야. 내가 좋은 거 하나 구했다. 빨리 나와."
"뭔데?"
"Acid라고 하는 마약인데, 먹으면 엄청 웃긴 거 있어. 우리 학교 뒤쪽으로 와."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벌써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 뒤로 나가자 아이들 네 명이 보였다. 준석, 태준, 진수, 그리고 준석이 동생, 준호가 있었다. 그들은 따뜻이 나를 반겼다.

"야, 잘 왔다.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자. 거기에 항상 아무도 없어."
태준이의 말에 모두들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가는 도중 진수가 갑자기 풀썩 주저앉았다. 모두들 진수 곁으로 모였고 진수는 겁먹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 마. 아! 악마가 또 나타났어. 나 어떡해?"
진수는 웅크리고 있었고 친구들은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 좀 살려줘! 너무 무서워."

공포감에 사로잡혀있는 진수의 얼굴을 보며 나도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의 얼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안되겠다. 얘 좀 집에 데려다 줘라."
준석이가 준호에게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태연하게 부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수를 집에 데려다주고 우리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준석이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펼쳐보았다.
"에게, 이게 뭐야? 그냥 종이 쪼가리잖아?"
"그냥 종이 쪼가리가 아니란다, 얘야. 이게 바로 Acid라는 건데, 이걸 먹는 순간 이유 없이 계속 웃기 시작할 거야. 아! 그리고 나무를 보면 계속 꿈틀꿈틀 거릴 거야."

"부작용은?"
"아 이게 할 때는 좋은데 한 후유증이 일주일은 갈 거야. 뇌가 손상됐다는 느낌이 오고 생각이 느려져서 학교 공부는 일주일동안 포기해야 돼. 그리고 너무 많이 먹으면 아까 본 진수처럼 뇌에 손상이 와. 보통 애들은 한두 개를 먹는데 걔는 한꺼번에 세 개를 먹었어. 그때부터 매일 저렇게 악마가 찾아온다느니 어쨌느니 하고 있는 거지."

그의 말을 들으며 진수에게 벌어지고 있는 섬뜩한 일들과,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준석이의 말투 중에 어느 게 더 끔찍한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진수의 손에서 종이를 받아들였고,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어떡케 해야 될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종이는 이미 내 손을 벗어났으며 나는 다시 한 번 마약을 하는 시늉을 했다. 몇 시간 뒤, 나무가 꿈틀거린다느니 자신을 공격한다느니 하며 미친 듯이 웃으며 떠들어 대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
준석이를 만났다. 아직 Acid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준석이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너 마약에 완전 중독된 거 아니야?"
"나? 에이~나 정도면 중독이라고 할 수 없어. 내가 이거 끊어도 별로 금단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못 느끼거든. 오히려 담배보다 건강에 좋아."
"야, 그럼 중독도 안됐는데 왜 그렇게 마약을 하는 거야?"
"그냥 좋아서. 너무 좋은데 어떡해?"
그의 말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런 것을 중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꼭 금단현상이 있어야지만 중독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준석이가 말했다.
"아, 맞다. 이번 주에 우리 집 비어서 슈룸shroom이나 트윅tweak할 건데 너도 와라."
"그건 또 뭔데?"

"슈룸은 버섯인데 그거 먹으면 환각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 진짜 재밌어. 그리고 스피드라고도 불리는 트윅은 특이한 게 뇌에는 이상이 하나도 없는 느낌인데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어떤 특정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호가 이거 하고 공부했다가 다음날 시험에서 다 맞았잖아. 어때? 환락의 세계로 들어올래?"

"난 이번 주에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못가겠다."
나는 그의 초대에 단호하게 거절했다.
 

Torrence에 온지 두 달 뒤
드디어 졸업식을 마쳤다. 앞으로 USC를 갈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 토렌스에서 보낸 두 달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런 저런 경험들을 많이 했던 탓이었다. 그런 경험들 중에 마약에 대한 경험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직접적인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만으로도 마약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다르게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다. 미국 문화에 깊이 빠져들면 들수록 마약을 접할 확률이 늘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미국에 유학 와서 마약 하는 것이 남의 얘기로만 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유학생끼리만 어울려서 노는 학생들에겐 상대적으로 그런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하지만 미국 학생들이나 이민, 교포 학생들과 어울리다보면 이런 유혹들이 한 두 번은 올지 모른다. 이런 유혹이 왔을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친구들과의 관계Peer pressure, 혹은 호기심 때문에 마약에 손이 간다면 부디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인생을 망치고 있는 학생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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