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내년 서울시장 후보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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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내년 서울시장 후보 노리나?
  • 신민주 기자
  • 승인 2009.10.2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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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위원장 ‘광폭행보’ 나선 이유

이재오, 원내대표 경선 통해 안상수 당선시키며 ‘힘’과시
당 복귀통로 막히자,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컴백
최근 광폭행보 통해 차기대권이나 내년 서울시장 염두
‘김문수’ 생각한 ‘킹메이커’란 분석도 이곳저곳에서 제기

 
지난 19일 여권 실세로 1년 6개월 만에 공직에 돌아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이 국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야당 의원들은 공공기관 감사회의 소집 등 최근 이명박(MB)정권의 권력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위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반면 여당의원들은 공직 복귀에 힘을 실어주었다. 줄곧 자신은 정권의 실세가 아니라고 강조한 이 위원장은 향후 정치일선 복귀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 위원장은 대신 “권익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권익위가 공직자 비리 조사권 정도는 가져야 되지 않겠냐”는 소신을 밝혔다. 그렇다면 야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이 위원장이 정치복귀를 위한 광폭행보를 시작한 것일까? 그의 행적을 쫒아가 봤다.<편집자 주>
 
▲ 이재오   © 시사오늘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 위원장은 정계복귀를 호시탐탐 노렸다. 그런 흔적들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 미국으로 떠난 후 ‘이재오’의 이름은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생각은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의 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러자 친박계 인사들의 입에서 "이재오가 수렴첨정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 4월 귀국하면서 친박계와 일사항전을 치렀다. 바로 원내대표 경선이다.

친박계 인사들은 황우여-최경환 후보를, 이 위원장 측은 안상수-김성조 후보를 지원하는 듯 보였다. 투표 사흘 전까지도 친이재오계 후보인 안상수 후보가 황우여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투표 이틀 전날 밤 친이계의 책사로 분류되는 정두언의원이 나섰다. 결국 투표결과는 안상수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친박계는 ‘이재오’의 벽을 넘지 못한 것.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이재오는 막강한 막후실력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결국 이 위원장의 정계복귀는 초읽기에 들어갔고, 언론 등은 ‘10월 은평 재보궐선거’나 ‘2월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이 위원장이 정치에 복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항간에선 이 위원장이 정부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을 하기도 했지만, 이 위원장은 “굳이 정부에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며 정부입성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재오’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안 원내대표는 당시 박희태 대표의 ‘자질’과 ‘무능함’을 내세워 당대표 교체론과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했다.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이재오의 정치복귀는 불발에 그쳤다. 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모든 통로가 봉쇄되자, 이 위원장은 우회로를 선택해 권익위원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 안상수     ©뉴시스

권익위원장에 오르자 이재오는 광폭행보를 하기 시작했다. 취임 후 매일같이 경인운하(아라뱃길) 공사현장, 전통시장, 미혼모 요양시설, 재개발지역 등 현장을 찾는 행보를 하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권익위·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 5개 반부패 기관 간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엄청난 파장을 예고했다.

특히 그는 “ 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기관에 불이익을 주고,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선출직을 포함한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개인에 대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 그 결과를 공개 하겠다” 는 뜻을 밝혔다.

이런 그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 “소통령이  된 줄 아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편, 안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승계로 인한 당대표 체제는 한시적이어야지 전당대회에서 뽑은 대표가 아닌 사람이 너무 오래 대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정몽준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정면 겨냥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내년 2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해서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표를 뽑아 체제를 정비한 뒤 지방선거를 치르는 게 옳다”며 “전당대회를 하면 당 지지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소신”이라며 정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안 대표 발언 이면에는 이 위원장의 정치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전당대회를 통해 정몽준 대표 체제를 주저앉히고 이재오 체제를 만들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 위원장의 일련의 행보 뒤에 감춰진 ‘노림수’는 무엇일까. 우선은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는 박근혜라는 확실한 대권주자가 자리 잡고 있고, 최근 여기에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갖춰가고 있다. 때문에 이 위원장 입장에서 그냥 세월을 기다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광폭행보를 하고 있는 것.
 
▲ 공성진     © 시사오늘

한나라당 내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의 정치구도 상 이재오 위원장이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시간을 죽일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무언가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이 위원장이 ‘오버’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차기대권’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후보’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위원장은 수십년간 정치를 해 온 사람이다.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를 아는데 섣불리 차기 대선을 노리고 저런 행보를 하겠느냐. 이 위원장의 최근 행보 이면에는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MB 정권의 2인자로서 심판을 받겠다’며 서울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워 온 이 위원장이 ‘만약 박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가 될 경우 고사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킹메이커’로 나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만약 이 위원장이 ‘킹메이커로’ 나선다면 염두에 둔 정치인은 다름 아닌 ‘김문수 경기지사’가 될 수 있다. 이재오-김문수 라인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경기도는 지난 20일 “다음달 2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기업애로 처리에 협력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약 체결에 따라 도(道)와 권익위는 각 기관이 운영하는 기업애로 통합처리시스템인 ‘기업 SOS넷’과 정부의 온라인 민원접수창구인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연계, 기업애로에 공동 대응하고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게 된다.

결국 이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차기대권을 위한 질주보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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