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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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에 대한 ‘오해와 진실’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10.26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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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고(小考)
 
“하대(반말)하지 않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난 10월 15일 상도동 자택에서 만났다. 우리 역사의 산증인으로, 더욱이 오랜 시간동안 민주화와 국가발전에 기여해 온 그의 철학과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시사오늘> 인터뷰를 위한 한정된 시간이라 궁금한 것을 더 많이 물어보지 못하고, 또한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없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필자는 그동안 정치권 변방에서 생활해오면서 피상적으로나마, 또는 나 자신이 주관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생각하고, 평가해 온 점이 없었는가를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상도동 자택(自宅)이란, 전직 대통령이 기거(起居)하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었다. 오래된 가구와 고풍스런 분위기에 매료된 것은 물론,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인터뷰 시간 내내 취재진을 응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검소한 생활과 담대한 모습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에 특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오래된 수족인 김기수 비서실장에게 하대(반말)를 하지 않았으며, 또한 자식뻘인 필자는 물론, 취재진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25세의 최연소로 국회의원으로 의정단상에 입문해 일평생을 정치현장에서 생활해 온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난날의 정치역정을 듣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역사를 목도(目睹)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시사오늘>에서는 일차적으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오랜 시간 정적(政敵) 관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정치현장에서 라이벌이었을 수 밖에 없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인터뷰 와중에 우려했던 것은 상도동 자택을 들어서면서 김기수 비서실장의 김 전대통령에 대한 걱정과 배려로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고령에, 국가 어른이신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야기로 회자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닐 수 있다는 김 실장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차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김 전대통령과 자리를 같이했다.
 

“정직과 의리의 정치 강조”

어렵게 역대 전직 대통령에 대해 말문을 여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수사(修辭)나 표현을 하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과 함께 역사현장에 있었던 전직 대통령에 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피력했다.
 
그가 최고의 가치관으로 여기고 있는 민주화와 그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정직과 의리, 그리고 깨끗한 정치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으로 존경하지만, 삼선개헌으로 장기집권을 한 것은 안된다며 비판하고 있었으며,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에서 비판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화해와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사자(死者)에 대한 용서와 이해하는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중앙정보부를 통한 인권 침해사례를 예시하며, 박 전 대통령을 우리 사회가 미화하는 데는 찬동하지 않았다. 공과(功過)는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는 등 부정축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었다며, 전직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끗한 정치와 봉사정신이 더없이 중요한 가치관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후일담이었다. ‘40대 기수론’ 부터 오랜 시간동안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뒷 이야기는 최근 언론에서 본 것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 병문안을 통해 화해를 했다고 했지만, 두 분이 살아온 지난날은 우리가 익히 상상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의 가장 폐해인 정치보복에 대한 것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후 정치보복을 두려워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도피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1년 6개월 동안에 걸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뒷 조사, 그리고 국회 청문회 증인 시도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과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했던 이야기들은 우리 정치의 후진상을 보여주는 면이었다.

또한 자신이 정계 입문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정치적 노선을 달리해,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변절해 김대중 전 대통령 휘하에 들어가 대통령이 된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문민정부에 대한 재평가 이뤄져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진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들려주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거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개인의 잘못들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는 용서는 했지만, 부정을 저지른 것은 이해하고 용인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취재 과정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화해를 하지 못했을까, 두 분이 화해하고 힘을 모아 국가와 국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그리웠다.

지금 이 순간, 필자와 편집국장 등 <시사오늘> 취재진이 함께 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또한 이 글을 쓴 필자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누군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어떻게 글을 쓸까?
필자는 그동안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상황을 즐기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표현할까, 아니면 다른 견해를 밝힐 것인가 궁금하다.

IMF 경제 위기를 자초한 경제실정을 내걸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국정 전반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으로서 보이지 않는 고뇌와 고심도 있지 않았을가를 생각하게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공과를 생각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할 수만 있다면, 우리 정치도 조금은 선진화되어 간다는 징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민정부로, 금융실명제 실시로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의 기틀을 다진 것이나, 하나회 척결 등 군의 정치적 중립 실현 등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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