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일부 항공사들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위기 타개 및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됐던 M&A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된 데 따른 것이다. 이중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인수자들의 재협상 시사와 계약조건 미충족에 따른 협상 지연 등과 마주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M&A 계약종결 시한이 당도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인수에 나섰던 HDC 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의 불분명한 인수 의지로 인해 계약 작업이 하반기로 넘어가게 됐다. 인수자들은 한 목소리로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협상은 진전없이 답보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LCC업체인 이스타항공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기댈 곳인 인수자 제주항공과의 갈등을 겪으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타이이스타젯의 항공기 임차 지급보증 건과 임금체불 문제를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제주항공은 일련의 문제들을 이스타항공이 자체 해결해야 하며, 계약 선결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상 계약에 나설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26일 각각 개최한 임시주총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임시 주총을 열고 신규 이사·감사 선임 안건과 정관 변경안 등을 상정하려 했지만 제주항공의 일관된 무대응으로 인해 무산됐다. 주식매매계약서 상 제주항공이 신규 이사·감사 후보를 지명해야 하는 데,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근거나 권한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것.
더욱이 제주항공은 같은날 열린 자사 임시주총에서마저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주총 목적에 따라 김이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만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채 주총을 마쳤을 뿐이다. 계약 조건 선결이라는 정당한 요구를 내세운 제주항공으로서는 이번 계약 지연의 책임이 이스타항공 측에 있는 만큼, 급할 것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기업결합 작업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을 허비할 수록 수익 없이 고정비 부담만 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완전자본잠식 사정을 감안할 때, 파산이라는 최악의 수까지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7월 6일 임시주총을 다시 개최하기로 했지만, 일관된 입장으로 맞서고 있는 제주항공이 전향적 태도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의 M&A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맺었던 계약종결 시한이 오는 27일까지지만,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현산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 채권단과 현산이 재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협상 결렬 시 큰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산으로서는 당장 계약금 2500억 원이 걸려있는데다, 인수 포기를 선언할 경우 정부에까지 밉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인수에 나서더라도 재협상 과정에서 인수대금을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할 경우 부실 증가 분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황 부진까지 떠안아야 하는 등 경영 부담 역시 커지게 된다.
산업은행은 만에 하나 현산이 인수 포기를 선언할 경우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새 주인찾기 역시 덩치가 큰 탓에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지만, 기업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해진다는 점 역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재현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업계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채권단과 현산이 계약종결 시한을 오는 12월 27일까지로 연장하고 재협상에 나서, 고통 분담을 위한 접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항공업황 부진 속 기업결합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실과 경영 리스크가 늘어남을 의미한다"며 "때문에 인수주체로 나선 기업들이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경영 손실은 물론 고용불안 등 직간접적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도 항공업 재편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함께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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