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의 M&A 협상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계약 해지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제주항공이 제시한 계약 선결 조건 해소 기한을 하루 남겨놨지만, 이스타항공 스스로 1000억 원에 달하는 해소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M&A 성사를 위해 근로자들이 나서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한 체불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등 계약 선결 조건을 맞추는 데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경 투쟁에 나섰던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마저 공통분담에 나서기로 했음은 회사 청산이라는 최악의 경우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이같은 이스타항공의 절실한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는 15일 협상 기한 내 추가 비용 마련이 불가능한 내부 상황은 위기감을 높인다. 250억 원 가량의 임금 체불을 해소하더라도 제주항공이 제시한 여타 계약 선결 조건 해소를 위한 비용을 구할 수 없어서다. 오롯이 제주항공의 대승적 결단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 셈인 것이다.
인수자로 나섰던 제주항공 역시 이스타항공의 부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이번 딜을 완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은 M&A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1분기 657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체력이 고갈된 시점에서 완전자본잠식과 추가 부실이 발생한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가 자칫 제주항공까지 경영난에 처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이번 M&A를 위해 정부도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비추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등 떠밀리 듯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복 시기에 대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선제적 경영전략마저 자충수가 될 여지를 남겨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M&A를 진두지휘했던 이석주 대표가 지난 5월 애경그룹지주회사인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 주목, 계약 해지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그간 협상 과정에서 이석주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간의 녹취록이 공개되는 등 양사 간 불신과 반목을 키워왔음을 감안할 때 '괘씸죄'가 추가됐음은 열세로 작용한다. 그 뒤를 이어 부임한 김이배 대표 역시 재무 전문가로, 득될 게 없는 딜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은 계약 선결 조건 시한인 15일 자정을 넘어갈 경우 계약이 자동 파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해 귀추가 주목된다. 계약 해지 권한을 갖게 되지만, 이스타항공의 입장을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 7일 공식 입장 발표 이후 정해진 시한까지 이스타항공의 기다린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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