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업계 내 빅딜로 꼽히는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역시 파열음을 내고 있어 암운이 드리워지는 모습이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부실을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한 상황에서 재차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은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협상 결렬 때와 판박이 행보로 해석돼 위기감을 높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상황 재점검 착수를 위한 재실사 요청을 거듭 제안,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진정성 있는 계약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 4월 초 현산 측의 재실사 최초 요청 후 100일이 지나도록 진전없는 상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국내외 기업결합승인 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인수 계약 체결 이후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상황들이 발생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계약 해제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산은 해당 공문을 통해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사항 중 △아시아나항공의 2019 회계연도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점 △2조8000억 원 부채 추가 인식 △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차입 진행 △영구전환사채 추가발행으로 매수인의 지배력 약화가 예상되는 점 등을 재차 거론했다.
여기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내식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부당지원 문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문제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사모펀드를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까지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산은 앞선 문제들을 거래 당사자 간 명확히 인식해야만 재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해당 내용들은 사실상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부실 내용들을 모두 인정하라는 식이어서 양자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행보는 앞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의 인수 계약 해제를 발표하기까지, 거래 선결 조건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인수에 나설 수 없음을 밝히며 양사 간 반목을 키워왔던 양상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 불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으로도 읽혀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호산업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현산 측의 요청 검토 및 인수 결렬 시를 대비한 플랜B 등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거래 불발 시 채권단의 아시아나 회생 관리 및 지원 부담은 물론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증폭될 수 있는 만큼 계약 이행을 전제로 현산 측 요구 수용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허희영 항공대학교 교수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 측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안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특히 재실사를 근거로 계약 조건들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물론, 금호산업이 손에 쥘 수 있는 구주 매각 대금까지도 깎일 수 있다는 점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실사로 추가 부실들이 명확해질 경우에는 거래 자체를 파기할 수 있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는 부담 역시 커진다"며 "현산 측의 저의를 알수는 없지만, 이번 협상이 노딜로 향할 가능성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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