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내 삶의 '지호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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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내 삶의 '지호락'이다"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1.2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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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계의 '자유인' (주)씨 에이 투(Ca2) 조정수 대표
 
 
건설사에서 12년간 실무 익히며 현장 경험 쌓아 '(주)씨 에이 투' 창업
조정수 대표, 획일화된 아파트 문화는 '거주' 외에는 기능 없다고 생각
 
‘(주)씨 에이 투(Ca2)’ 조정수 대표는 개성과 효율성을 지닌 새로운 건축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은 길지 않은 연륜이지만 대형화, 획일화된 한국의 건축문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 건축 경향을 제시하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9일 인터뷰를 위해 기자가 조 대표를 만났을 때 그의 첫 인상은 ‘자유인’이었다. 짧은 머리에 잘 정돈된 턱수염에서 어딘지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보였다. 건축을 해도 남들 다 하는 흔한 일을 하지는 않을 듯싶었다.
 

▲ (주)씨 에이 투(Ca2) 조정수 대표.     © 시사오늘 권희정


조 대표는 작업을 했거나 준비 중인 사진 자료를 USB에 담아 기자에게 건네줬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의 공통된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었다. 우선 소규모라는 것이다. 2~5층의 가정집이거나 10층 정도의 주거와 사무실을 겸하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외형이 그 건물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건물은 없어 보였다. 벽면을 나무로 처리했다든지 같은 벽면도 부분 부분마다 모양을 달리하고 있기도 했다.
 
옥상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흔히 지하에 있어야 할 주차장을 1층과 효율적으로 배치시켰다. 사무실의 경우는 상호의 글씨체부터가 달랐다. 예술적 필체로 쓰여진 회사 상호는 건물 전체적인 외양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회사의 이미지를 참신하고 신뢰감 들게 각인시켜 줄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다. 정해진 공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투입시키되 조금도 남는 공간이 없는 동시에 부족하지도 않게 꼭 알맞게끔 설계가 이뤄졌다.

조 대표에게 가장 먼저 건축학을 전공했는지 물었다. 막연한 짐작으로 건축학을 전공하지 않고 새로운 건축문화를 선도하기는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미대를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의 명함에 ‘Architecture(건축)’와 함께 ‘Art(예술)’란 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무역학을 전공했다. 건축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학과여서 잠시 당황스러웠다.

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호기심 반’으로 건설사에 입사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건축과 첫 인연을 맺었다. 호기심에서 출발했지만 그 호기심이 적성임을 알고 12년간 즐기며 회사생활을 했다.
 
▲     © 시사오늘 권희정

 
직장생활을 즐기며 했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아침에 눈을 뜨면 어서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12년 간 건설사에서 근무하며 자재부에 오래 있었고 영업부에서도 현장 경험을 쌓았다.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지난 2002년 회사를 퇴사하고 철근 유통업을 창업해 사업가로 첫 발을 내디딘 후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대기업의 중역으로 시이오(CEO)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지난 2007년에 지금의 ‘씨 에이 투’를 창업했다. 조 대표는 창업의 계기가 됐던 일을 소개했다. 한 지인이 목욕탕으로 쓰이던 연면적 2,110㎡ 규모 건물의 리모델링을 부탁해 조 대표 ‘아이디어’로 사무실과 원룸을 갖춘 건물로 새롭게 변모시켰다.
 
공간 효율을 중시한 개조였는데 지역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15일 만에 임대가 끝났다고 한다. 조 대표는 ‘윈-윈’이라고 표현했다. 건물주나 토지소유자는 장기적으로 임대 수익을 높일 수 있고 건설사는 이윤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씨 에이 투’는 건물 건축을 주 업무로 하고 리모델링과 컨설팅은 부업무라고 할 수 있지만 건물소유자나 임대인, 지역 주민 그리고 건설사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윈-윈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올해 6월에는 법인으로 전환해 도약을 위한 물적 기반을 마련했다. 법인 전환 후 5개월 지난 현재 ‘씨 에이 투’는 예상을 뛰어 넘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조 대표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세운 목표 매출액의 배를 올 연말까지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라고 하는 경제사정을 감안했을 때 조 대표 자신도 생각지 못한 성과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내년에는 확실히 자리가 잡힐 것”이라며 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 (주)씨 에이 투에서 설계한 개성 있는 주택의 모습.     © 씨 에이 투


조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계획과 비전을 묻자 우리나라 건축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뜻을 역설했다. 그는 어릴 적에 살던 서울 청파동에는 목조주택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헐리고 똑같은 모양의 다가구 주택만이 즐비하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건축물에 미적감각 더하면 건물가치 상승한다" 인식전환
건물주, 임대인, 건설사 모두에게 이익되는 건축물 구상에 몰두

건축주는 설계비를 줄이려 설계를 단순화 하고 같은 설계로 여러 채의 건물을 지으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 대표는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설계에 공을 들이면 결국은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임대 수익도 올라갈 뿐 아니라 도시 미화에도 긍정적 기여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씨 에이 투’가 건축에 참여한 건물들은 기존 건물들에 비해 임대율이나 임대수익이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보통 건물 완공 후 15일 후면 모든 임대가 완료됐다고 한다.

조 대표가 추구하는 건축 이상은 ‘소형건물의 개성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나라에 만연돼 있는 ‘아파트 문화’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전통 가옥은 종로구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을 뿐 시민의 대부분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현대 도시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녀 교육에 유리하고 편의시설이 충분히 제공되며 주차에도 편리하다는 점 등이다. 또한 집값 상승에 따른 투자가치도 매력적 요인이다.

그러나 아파트가 제공하는 기능은 거주 이외에는 없다고 조 대표는 주장한다. 건축 디자인에서 얻어지는 만족이나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개성 표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전통 가옥이 경매에 나오면 입찰 경쟁이 붙는 현상은 조 대표로서는 반갑게 받아들여진다. 거주 공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조 대표는 “‘씨 에이 투’가 중견 건설업체로 성장하더라고 대형 건축물을 개성화 시키고 싶다”며 “대형 건물은 대형화되고 소형 건물은 소형화돼야 하는데 소형건물까지  집단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대형화되는 경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화되지 않은 '씨 에이 투'만의 21세기형 '예술 건축물' 만들 것
 
그는 “지금은 위탁을 받아 일을 하지만 나중에는 소규모의 매력적인 부지를 다수 확보해 ‘작지만 아름다운’ 건물을 짓고 싶다”고 일관된 포부를 보여줬다.

조 대표는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경영철학으로 ‘간절히 원하라’를 제시했다. ‘씨 에이 투’ 직원들은 대부분 조 대표와 이전 건설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한다.
 
▲ (주)씨 에이 투는 '소규모의 개성을 살린 건물'을 추구한다.     © 씨 에이 투

 
지금은 대표와 직원의 관계지만 대표라고 직원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친구와 동생으로 여기며 ‘일을 즐기며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대표에게는 권위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기도 하지만 조 대표는 “지금대로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밝은 표정이었다.

조 대표는 “간절히 원하면 꼭 이뤄진다”고 말했다. ‘씨 에이 투’도 자신이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씨 에이 투’에서 추구하는 건축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편화 단계는 아니다. 어찌 보면 조 대표의 아이디어가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작지만 아름답고 개성 있는 건축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 주민, 건설사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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