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박덕흠 의원의 편법 수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건설업계가 당혹스러움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과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시절 자신의 가족회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오늘(23일) 당을 떠나려 한다. 모든 의혹에 대해 어떤 부정청탁이나 이해충돌방지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무소속 의원 입장에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탈당 결정에도 논란은 당분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에 앞선 지난 15일 민생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부패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박 의원을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에 따르면 박 의원의 가족회사인 혜영건설, 파워개발, 원하종합건설 등은 박 의원이 국토위원을 지냈던 2015년 4월부터 2020년 5월 간 피감기관인 국토부 등으로부터 공사 수주, 신기술 사용료 등 명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받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1일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 가족사의 특혜 수주가) 공동도급까지 다 합치면 3000억 원이 넘는다"며 "국토위에서는 관련 업체에 대한 정책 또는 법령 입안, 집행 등 직무가 다 이해충돌이라고 공직선거윤리법에서 규정한다. (박 의원이) 백지신탁을 했다고 하는데 주식이 팔릴 때까지는 여전히 관련자다. 주식이 안 팔렸으면 이해당사자니까 관련 상임위인 국토위는 회피해야 되는 거다.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박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가족회사가 따낸 공사는 대부분 공개입찰인데, 공개경쟁전자입찰제도 하에서는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거나, 압력을 가해 수주를 받을 수 없다. (신기술 사용료는) 공사를 수행하고 공사대금을 받은 것"이라며 "내가 당선된 이후 오히려 가족회사 매출은 크게 줄었다. (서울시 공사 수주 관련)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야당 의원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겠느냐. 막연한 추측성 의혹을 보도하지 말라"고 해명한 바 있다.
같은 업계 출신인 박 의원발(發) 논란을 바라보는 건설업계는 대외적인 입장을 내기는 꺼리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된 반응은 허탈, 자성, 그리고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이 갖고 있는 낡고 부패한 이미지,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는데 '건설업자 출신 정치인 박덕흠'이라는 말 하나에 모두 공염불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건설기술자를 건설기술인으로, 겉모습을 바꿔도 관행과 문화는 여전하다는 인식이 각인될 것 같아 무척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중견건설사의 한 임원은 "한 메이저 언론에서 박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에 건설인들이 '실소'를 했다고 기사를 썼던데, 내 주변에는 실소보다는 반성하는 건설인들이 더 많았다"며 "이번에 불거진 입찰 담합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은 다른 크고 작은 건설업체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전현직 정치인들, 그리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 파보면 다 나온다. 다만, 박 의원의 경우 이해충돌의 수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두 문화 개선에 힘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앙정치 무대에서 건설업계의 마이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년 전 故 성완종 전 의원 사태부터 현재 박 의원 논란까지 건설업계 출신 정치인들이 자꾸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다가 각 정당에서 건설인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건 아닌지,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좀 걱정스럽다. 정치권 내부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양지차"라며 "연구원을 지낸 김현아 전 의원이 낙선 후에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처럼, 업계 내 자본가가 아닌 전문가 집단에서 마이크를 쥔 사람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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