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횡보(橫步)하고 있다. T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수행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1%포인트 내린 28.2%였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가속화된 전세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논란, 윤미향 의원 기소와 김홍걸 의원 제명 등 정부여당의 끊임없는 악재(惡材)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현상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통상적으로 양당 체제에서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제1야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 패턴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15 총선 직후인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52.1%,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27.9%였다. 민주당 지지율이 무려 17.5%포인트나 빠졌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은 대부분 무당층으로 이동했다. 4월 23일 조사에서 5.4%에 그쳤던 무당층 지지율은 9월 24일 조사에서 15.1%까지 높아졌다.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으로 이동하지 않고 무당층에 머물러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에서 이탈한 지지율이 국민의힘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시사오늘>은 9월 21~23일 사흘에 걸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졌지만 지금은 무당층으로 돌아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다. (취재는 전화 또는 문자로 이뤄졌고, 중복 응답은 유사한 응답에 포함시켰다.)
“바보야, 문제는 이미지야”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도 국민의힘은 좀…”이라는 말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탓에 마음고생을 한 사람들도 적잖이 섞여 있었지만, 국민의힘에게 표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주당으로부터 지지를 거둘 이유가 될지언정, 국민의힘을 찍을 이유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30대 중반 남성 박모 씨
-왜 민주당 지지를 거두게 됐나.
“3년 전이었으면 회사 근처에 전세로 아파트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턱도 없다. 그냥 경기도 쪽에 전세를 얻었는데 이제 여기도 올라서 나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약 갱신 청구권이 생기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가 사는 집은 주인이 나중에 아들 장가갈 때 주려고 한 채 더 사놓은 집이라 그냥 주인이 아들한테 가서 살라고 하면 나가야한다. 근데 여기서 나가면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이런 나라를 만들어 놓고 자기들이 잘 하고 있다고 자화자찬 하는 게 꼴 보기 싫다. 다시는 민주당 안 찍는다.”
-그럼 앞으로 국민의힘 쪽에 표를 줄 생각인가.
“앞으로는 투표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살기 힘들어졌다고 국민의힘을 찍기는 좀 어려울 거 같다. 민주당이 정상적인 범위에서 못한다는 느낌이면 국민의힘은 아예 비정상적이라고 해야 하나. (영남 중심의 수구 정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건 모르겠고, 딱히 뭐라고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데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다. 좀 정상적인 정당이 나왔으면 거기 찍을 텐데, 나오려나?”
◇30대 중반 남성 서모 씨
-왜 민주당 지지를 거두게 됐나.
“그냥 다 똑같은 거 같다. 어른들이 왜 정치인들은 다 똑같은 나쁜 놈, 다 똑같은 도둑놈이라고 했는지 알 거 같다. 남들이 잘못하면 그렇게 욕을 하더니 자기편이 잘못하면 무슨 짓을 해도 감싸고. 진짜 정 떨어진다. 카카오톡으로 휴가 연장이 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럼 앞으로 국민의힘 쪽에 표를 줄 생각인가.
“그쪽이라고 딱히 나을 것 같지도 않다. 이명박 박근혜 때 자기들도 똑같지 않았나. 그리고 솔직히 국민의힘은 기득권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부자면 국민의힘 찍을 텐데. 하하. (국민의힘이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 언제는 안 그랬나.”
“국민의힘, 방향이 틀렸다”
현 정부여당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지를 거뒀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은 이어가되, 좀 더 안정적이고 민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세력이 차기 대권을 쥐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힘은 방향성 자체가 틀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40대 초반 남성 김모 씨
-왜 민주당 지지를 거두게 됐나.
“뭐랄까 지금 민주당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들은 다 희생시켜도 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특히 문빠(문파·文派)들이 문제다. 이 사람들은 같은 민주당 지지자라도 자기들이랑 생각이 조금만 다르다 싶으면 집단 린치 가하듯이 두드려 팬다. 자기 생각이랑 다르다고 힘으로 뭉개면 그게 독재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다. ‘빠가 까를 만든다’고 딱 그 꼴이다.”
-그럼 앞으로 국민의힘 쪽에 표를 줄 생각인가.
“국민의힘은 정말 아니다. 뭐랄까 민주당은 버스가 제대로 가고 있는데 같이 탄 사람들이 깡패다 이런 느낌이면 국민의힘은 아예 이상한 데로 가는 버스 느낌이다. (어떤 점에서 그러냐는 질문에) 요즘 세상에 아직도 기업만 살리면 다 된다는 마인드니…. 민주당은 그래도 마른 화분에 물이라도 주려고 하는데, 국민의힘은 이미 팔팔한 화분에 물을 더 줘서 그놈만 살리면 우리 집이 더 환해질 거야 이런 거 아닌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야 예전부터 말은 잘 했지. 근데 김종인 물러나고 나면 또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20대 후반 여성 김모 씨
-왜 민주당 지지를 거두게 됐나.
“기득권을 부숴달라고 뽑았는데, 민주당도 똑같은 기득권인 것 같아서. 보수 정권이랑 다를 게 없다. 새누리당 자리에 민주당이 들어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앞으로 국민의힘 쪽에 표를 줄 생각인가.
“그래도 민주당은 말은 맞게 한다. 실천을 안 해서 그렇지. 근데 국민의힘은 아예 틀린 말을 한다. (어떤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번에 공정경제 3법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한다고 하니까 기업을 죽이네 어쩌네 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공수처는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고, 의사들 파업할 때도 그쪽 편들고, 개천절 집회 한다는데 그것도 하지 말라고 못하고. 국민의힘은 (지지 대상으로)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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