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계약시 상대방 확인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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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현 변호사의 Law-in-Case> 계약시 상대방 확인은 필수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2.02.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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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철현 변호사)

작년에 강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최씨가 운영하는 자동차매장 사무실에서 자동차 1대를 3750만원에 구입했다. 강씨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자동차가 다른 매장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출고도 바로 가능하다고 해서 최씨를 만나자마자 자동차매매계약서에 사인하고 곧바로 자동차매매대금도 지불했다.

그런데 강씨는 돈을 지불했지만 며칠이 지나고 또 한 달이 넘어가도 자동차는 인도받을 수 없었다. 최씨에게 따져 물어봤지만 곧 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곳저곳 수소문해 보니 최씨는 이미 여러 사람을 속이고 자동차대금을 편취한 혐의로 고소를 당해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순간 강씨는 자신도 속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어 자동차매매계약을 할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심쩍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최씨가 자동차매장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자동차매매계약서 매도인 란에는 ‘00모터스 대표이사 김씨’로 돼있고 자동차매매대금도 00모터스 법인 계좌가 아닌 김씨 개인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당시 최씨로부터 건네받은 대표이사라고 하는 김씨의 명함을 보니 직함이 이 회사의 고문으로 돼 있었다. 강씨는 부랴부랴 자신도 다른 피해자들처럼 최씨와 김씨로부터 기망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서에 접수했다.

그 결과 최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받고 구속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김씨도 형태는 다르지만 최씨로부터 속은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최씨는 감언이설로 김씨의 딸과 결혼하기로 언약이 된 상태였고 그런 미래 사위를 믿은 김씨는 최씨가 자동차매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명의나 심지어 통장 명의까지 빌려줬다.

이후 강씨는 최씨가 이미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다 써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김씨를 상대로 최씨가 김씨의 대리인으로 법률행위를 했기에 김씨가 자동차매매대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강씨가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만한 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최씨에게 통장 명의도 대여해 줬고 00모터스의 명함도 제작한대다 그 자동차매장의 관리에 어느 정도는 관여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씨가 김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는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민법상 강씨가 김씨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자동차매매계약 당시 최씨가 김씨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에서는 가사 김씨에게 이 같은 사실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최씨가 김씨를 대리해 자동차매매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 김씨를 상대로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면서 강씨의 청구를 기각해 버렸다.

재판부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를 떠나 강씨가 조금만 더 주의하고 사전에 조금만 더 확인해 봤더라면 이런 결과는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법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사전에 모든 법률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한번 정도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을 체결할 때 자신과 계약하는 상대방 당사자가 정확히 누구이며, 나와 현재 계약을 체결하는 그 당사자가 계약서 상의 당사자가 맞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단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계약체결상의 당사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나중에 곤란을 겪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만약 내가 지금 거래하고 있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미심쩍고 계약체결상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과연 그에게 대리권은 있는지에 대해 직접 계약서 상의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꼭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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