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세운 기자]
#1. 2002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한 언론사의 A기자는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의 비서실장겸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모씨를 찾았다.
A기자는 김씨에게 “이회창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 원의 검은돈을 수수했다. 그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사실을 정몽준 캠프에서 먼저 터뜨려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증거자료를 줄 수 있느냐”고 답하자, A기자는 비자금 장부를 건넸다. 김씨는 증거자료가 미약하다고 판단해, 기양건설 등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이 자료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묻었다.
하지만 이 장부가 유포되면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는 하락됐다. 대선의 판도를 바꿀 정도였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후에 이를 유포시킨 당사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2.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짜리 피부과에 다닌다’고 한 매체가 보도했다. 수많은 언론매체가 이를 인용보도하면서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선거 후에 나 후보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이 매체를 고소했다.
경찰은 “해당 클리닉의 연회비는 3천만 원선이며, 나 후보가 실제 낸 돈은 550만 원에 불과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이 매체는 취재동영상을 공개하며 “해당클리닉의 연회비는 1억 원이 맞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진실여부가 제대로 밝혀지기도 전에 나 후보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나 후보가 또 다시 호화 클리닉을 다녔다.’ ‘나경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기소 청탁을 했다. 청탁을 받은 검사는 박은정이다.’
이 같은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자 정치권에선 “나 후보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돌면서 곧 나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은 결국 ‘나경원이 연회비 1억 원짜리 호화 클리닉을 다녔느냐’라는 의혹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가 명명백백히 안 밝혀지면서 이런 저런 추가 의혹이 따라붙는 형국인 것이다.
애초, 이를 보도한 매체는 병원장의 말을 증거로 내밀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설령 병원장이 ‘1억 원’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 ‘1억 원 클리닉’이라고 보도하려면, 적어도 해당 병원을 다닌 환자 중 1명이라도 1억 원 수준의 치료비를 낸 적이 있어야 하고 이를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를 증명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나경원 후보가 받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그런 식으로 당했 듯이 말이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