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안내견 출입 거부 논란에 휘말린 롯데마트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사과문이 오히려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사건 자체도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문도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발생했다. 최근 장애인 안내 훈련견을 데리고 입장하려던 한 고객을 매장 직원이 제지하면서부터다. 이 장면을 목격한 고객이 자신이 본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커뮤니티 등으로 사건이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목격담에는 매장 직원이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안내견 입장을 막고, 안내견을 훈련하던 봉사자에게 언성을 높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물에는 겁먹은 듯한 예비 안내견의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SNS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롯데마트는 결국 지난달 30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사과문을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계기로 장애인 안내견 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 및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 하고 긴급 전사 공유를 통해 동일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금번 사례를 교훈 삼아 더욱 고객을 생각하는 롯데마트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해당 사과문을 두고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모두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사과문은 롯데마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됐다. 1일 오후까지도 공식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 롯데온(ON)에서는 사과문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SNS 가운데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받지만 적어도 롯데마트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사과하려면 공식 창구에도 사과문을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과문 명의도 롯데마트 임직원이다. 사과문을 올린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공식 사과문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과 무게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인식 결여,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 공분을 사고 있다. 회사 측은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했지만, 이는 단순 배려 부족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퍼피워커는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약 1년간 일반 가정에서 맡아 위탁·양육하는 자원봉사자로, 안내견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막아선 안된다는 내용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실제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는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쓰여 있다. 또한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어길 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도 추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롯데 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재 롯데마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과문 게시글에 달린 댓글 8100여개는 사과문이 성의가 없다는 비난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