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세지만…손해율 반사이익 적고 저금리 영향 받아
매년 낮아지는 설계사 정착률 극복 방안…‘1200%룰’ 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설계와 판매를 분리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GA(법인보험 대리점)을 따로 설립하거나 인력을 기존 GA로 이동시켜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불안한 업황을 극복하고 대형 GA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신한 등, GA 설립·개선…최적 포트폴리오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생명보험사들은 GA에 힘을 싣고 있다. 자회사형 GA의 경우, 기존 삼성·한화를 비롯해 ABL·메트라이프 등 여러 보험사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력을 이동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며 자사 전속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GA의 장점을 살려, 고객들이 보험상품을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고 보험사는 최선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겠다는게 주요 목표다.
또한 인력 이동에 앞서 전속설계사와 사업가형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수당구조 및 업무 시스템을 정비하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내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한생명은 지난 6월 보험판매 전문회사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한 바 있다. 최초 납입 자본금 200억 원으로, 신한생명이 100% 출자했다. 최근에는 GA중 한 곳인 리더스금융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올해 6월 기준 전국 431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 6493명의 설계사가 소속돼 있는 대형GA 중 한 곳이다.
실적 회복세지만…손해율 반사익 적고 저금리 영향 받아
생명보험사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안팎으로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적 회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설계사들의 정착률을 높이면서, 동시에 GA들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생보업계는 최근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삼성·한화 등 대형사뿐만 아니라, 통합을 앞두고 있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등도 선방했다는 평가인데,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업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개인 생명보험시장에서 초회·수입보험료가 크게 늘었다"면서 "사망보험 절판 마케팅 효과와 방카슈랑스 채널의 저축보험 판매 확대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의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적인 상승세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더욱이 손해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사는 손해율 개선의 반사이익이 상대적으로 적고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손익과 영업에 기댄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주요 의견으로, 생명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에 힘을 실어 우회적으로 수익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매년 낮아지는 설계사 정착률 극복 방안…1200%룰 변수
또한 저조한 설계사 정착률도 생보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보험설계사의 입장에서는 특정 보험사에 소속해 제한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것보다 GA소속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전속설계사의 이탈은 최근 몇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의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신규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인원의 비율)은 41.2%로 파악됐다. 손보업계의 56.6%보다 15.4%p나 낮은 수치로, 최근 몇년간 40%대에 머물러 있다.
상위 5개 GA(지에이코리아, 글로벌금융판매, 프라임에셋, 인카금융서비스, 케이지에이셋/설계사 수 기준)의 정착률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설계사들의 고용에 신경쓰면서 이탈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내년부터 시작될 이른바 '1200% 룰'도 생명보험사들의 자회사형 GA 설립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1200%룰'이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판매수수료를 계약자가 납입하는 1년치 보험료 이내(1200%)로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2년차부터 수수료 차등화 폭이 커지면서 사업비 부문 등 업적 규모에서 우위를 보이는 대형 GA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초년도 이후에는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로서는 앞서 언급한 설계사 이탈을 막기 위해 자회사형 GA 설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같은 상황은 오히려 기회라고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G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의 제판분리(설계와 판매 분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보유계약 및 판매채널, 자산운용과 자회사 가치가 각각 평가받는 것이 오히려 생명보험사들의 숨은 가치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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