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진영 기자]

'마이데이터 사업'을 둘러싼 금융권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대주주 소송을 이유로 삼성카드·하나은행·하나카드 등 6개 기업에 대한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주주의 문제를 관계사 신사업에도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 데이터 3법 시행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제도권 하에 들어오면서,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허가제로 결정했다. 사업의 특성상 시장 선점이 유리하기에 금융권에선 사업 허가를 받으려는 경쟁 분위기가 조성됐다. 

앞서 마이데이터 사업은 지난 8월 예비허가 사전 신청에 은행, 카드, 핀테크 기업 등 63개 기업들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금융사로선 '데이터'가 주요 미래 먹거리인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요한 분야다. 더욱이 1차 리스트에 포함돼야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에 금융당국이 당초 1,2차를 나눠 20개씩 심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시장 분위기에 따라 40개사에 대해 일괄 심사하기로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시장의 높은 관심과 시간, 인력 등 현실적인 심사처리의 한계, 법상 시행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며 "기존 업체는 법률에 따라 내년 2월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주주 소송 문제로 인해 신사업 길이 막힌 금융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 2월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면, 기존에 하던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삼성카드·핀크·하나금융투자·하나은행·하나카드·경남은행 등 6개 업체의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신청인의 대주주에 대해 진행 중인 형사소송과 제재 절차 등이 확인됐다”며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심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2월 발표 예정인 마이데이터 1차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모기업 일을 계열사의 신사업까지 연관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주주인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2017년 시민단체가 하나은행의 특혜성 대출과 관련, 은행법 위반 등으로 대주주를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아직 사건 배당조차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핀크 등 4개 관계사의 신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핀크는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암 보험금 지급과 관련, 3일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재 심의 결과에 따라 삼성카드의 데이터 사업 운명이 결정된다.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분야에는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제재 심의 결과는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3일 "허가제는 금융당국이 검증한다는 점에서 혼란을 막을수는 있지만,대주주 문제로 허가를 보류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면서 "해당 금융사들은 경쟁자들보다 늦게 사업에 진입해, 경쟁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방식에 대한 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신규 사업자 허가는 기존 사업자들 허가 심사 이후 진행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기존에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40곳에 대한 예비 허가 심사는 내년 2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규업체의 경우, 기존업체 심사가 끝난 내년 초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기존 사업자에 은행, 카드, 빅테크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모두 신청했기에, 이들이 선점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시장에 후순위로 들어오는 신규 사업자가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날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것"이라면서, "다만 금융위의 한정된 인력과 사업 절차상 최선의 방식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