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회창 언제부터 충청권 '맹주'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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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회창 언제부터 충청권 '맹주'였나?
  • 박지순 기자
  • 승인 2009.12.10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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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과 손잡는 순간부터 제2의 JP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원안 수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이영애 의원을 제외한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 16명 전원은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고 사퇴서를 이회창 총재에게 맡겼다.

충청을 지역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긴 했지만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것은 세종시 문제가 자유선진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지역을 기준으로 형성돼 있지만 자유선진당은 충청을 떠나서는 존립이 불가능한 가장 ‘지역의존적인’ 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이 얻은 의석은 18석이다.
 
이중 비례대표 4석을 뺀 14석이 모두 충청에서 나왔다. 대전 6석 중 5석, 충남 10석 중 8석을 얻어 대전·충남 16석 중 13석을 쓸었고 충북에서도 1석을 차지했다. 충청 이외 지역에서는 전혀 의석을 얻지 못했다.
 
▲ 고민에 잠겨 있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 뉴시스


자유선진당의 대전·충남 석권은 이회창 총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봐야 한다. 16대와 17대 대선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16대 대선에서 이 총재는 그의 선영이 있는 예산에서 71.9%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난 17대 대선에서도 예산은 다른 충청 지역 보다 높은 67.3%의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이 총재에게 60.9%의 표를 몰아줬다. 이에 비해 이명박 후보가 얻은 예산 지역 득표율은 19.7%에 불과했다.
 
‘이 총재 고향은 예산’으로 받아들여져

이 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산에서 이 총재가 타 충청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원인은 예산 유권자들이 이 총재의 고향을 예산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연과 혈연은 1차 집단의식으로서 깨지기 힘들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지역주의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한국정치의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총재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논란이 일부 있다. ‘공식적으로’는 1935년 황해도 서흥에서 출생한 것으로 나와 있다. 다른 견해도 있다. 이 총재의 어머니(김사순 여사)가 출산을 앞두고 외가인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서 이 총재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이 총재가 어린 시절 광주(光州)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뒷받침된다.

이 총재가 예산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 그럼에도 예산을 이 총재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의 선영이 예산에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태어난 곳’이라는 물리적 의미와 함께 ‘조상의 근거가 되는 곳’이라는 정신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고향을 물으면 자신이 실제로 태어난 곳보다 아버지 대가 오래도록 삶의 터전으로 삼은 곳을 고향으로 답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예산 유권자들은 이 총재가 예산에서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그의 고향을 예산으로 인정하고 선거 때마다 1차 집단의식에 근거해 그에게 몰표를 던져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10선 고지에 도전했다 낙선한 김종필 전 총리가 정계은퇴 한 후 심대평 의원이 ‘포스트 JP’로 불리며 충청권의 맹주로 인식됐다. 심 의원은 민선 충남도지사를 3기 연임하면서 충청 정가에서는 독보적 존재로 일찌감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심 의원은 지난 2006년 자유민주연합 잔존 세력을 규합해 국민중심당을 창당했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충청권 이외에는 지지세가 현저히 약했던 그는 무소속으로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한 이 총재를 지원하기로 하고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중심당 세력과 이 총재 지지세력이 합쳐 자유선진당을 창당, 충청권에서만 지역구 14석을 당선시켰다.
 
세종시 해법에 따라 이 총재 지역기반도 변화 예상

이회창 총재-심대표 대표최고위원 투톱 체제로 운영되던 자유선진당은 심 의원이 총리기용을 둘러싼 이 총재와의 갈등을 이유로 탈당하면서 구심점의 한 축을 잃은 상태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심 의원 탈당의 공백은 그리 크지 않다. 곧 매워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심대평 의원의 탈당으로 자유선진당은 이회창 총재 일인 지배 구조가 됐다.     © 뉴시스


심 의원이 무소속 의원으로 독자적 행보를 걷게 되면서 이 총재의 당내 영향력은 절대적이 다. 사실 이 총재는 두 차례나 한나라당(신한국당 포함) 대선 후보로 나와 1,000만 표 이상을 얻은,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 정치인이었다.
 
그는 2002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 출마로 정치를 재개했고 결국 자신의 선영이 있는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당의 ‘보스’가 됐다.

이 총재의 고향인 예산 이외의 충청지역에서도 자유선진당에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지역 이익을 대변할 정당의 필요성을 충청 유권자들이 느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자유선진당이 당력을 집중하는 것 역시 지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기반을 유지할 수 있어서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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