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부채’ LH공사 개발사업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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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부채’ LH공사 개발사업도 휘청
  • 차완용 기자
  • 승인 2009.12.14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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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개발·토지보상 지연으로 차질
사업 전반 재검토…개선방안 ‘묘책’ 없어
상황은 이런데…‘그들만의 잔치’나 벌이고


최대 공기업인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10월 통합법인 출범 후 최대의 자산(약 105조원)을 가진 거대기업이 됐지만 100조원이 넘는 부채 때문에 ‘부실 공룡’으로 전락했다. 우선 통합공사의 재무적 부실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LH공사는 합병으로 물어야 할 법인세 등 세금 9900억원을 지불하지 못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금 압박으로 토지보상을 제때 못하면서 전국에 벌여놓은 신도시와 택지지구 사업도 휘청대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 2개월 여전 (구)한국토지공사와 (구)대한주택공사의 몸집을 줄여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던 통합공사는 온데간데없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출범 당시 개업비용으로만 수백 억 원을 쓴데 이어개업비용으로 수백 억 원을 지출했다.
광고 선전비 등 까지 합치면 총 320억 원이 통합비로 쓰였다. 하지만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금을 투입한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과거 은행 통합 과정에서 보듯이 통합 이전 조직 인맥이 살아남아 통합 후에도 많은 부작용을 노출했다. 주공과 토공은 인적 구성이 워낙 다르고 업무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그 정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염려된다. 출신 조직별 갈등을 없애려면 출신 조직에 관계없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승진 등에서 보상을 받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주공이나 토공 업무가 국가경제와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은 두 기관 통합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으로 탄생한 ‘거대 공룡’ LH공사의 암울한 현재 상황과 풀어야하는 산적한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 LH 자금난 심각..재무구조 개선방안 ‘묘책’ 없어
LH는 현재 고질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말 기준 LH의 부채는 총 85조8000억원. 올해말까지 21조4000억원이 더 늘어 107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부채비율만 467%에 달한다.

물론 자산규모가 작년 105조3000억원, 올해 말 130조2000억원 등으로 부채규모를 상회하지만 대부분 토지나 임대아파트 등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어 자산유동화가 쉽지 않은 것이 LH 재무구조의 특징이다. LH는 부족한 자금의 상당부분을 공사채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통합 전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작년에만 10조원이 넘는 채권을 발행했다. 그리고 올해 채권 발행액만 2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채비율이 높은 LH의 재무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지난 6일 발행키로 했던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은 응찰자 모집에 실패하기도 했다. 물론 LH에게는 국민주택기금이라는 `화수분`이 있다. 그러나 이미 LH가 투입된 22조원 규모의 기금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국민주택기금 고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의 확대를 거론하기는 어렵다.

LH가 최근 내놓은 재무구조개선안을 살펴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LH는 통합 전 주·토공이 보유했던 1조원 규모의 중복 자산과 17조원 규모의 미매각 자산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LH공사는 지난달 10개 지방본부 사옥을 매각 입찰한 결과 단 한 곳도 접수시키지 못했다.

LH는 사옥 매각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이처럼 매각이 미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감정평가액이 예상보다 비싸 입찰에 실패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개발사업 휘청…보상 늦어지고 택지 매각도 어려워
토지주택공사는 현재 진행중인 공공택지개발 사업지구 전체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통합 이후 중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중복 사업에 대한 조정도 필요해 사업지구 전반에 걸쳐 종합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재무여건 때문에 사업의 완급 조절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이 결과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실제 공사가 시행하는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서는 보상이 늦어지거나 택지가 팔리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당장 수도권 택지지구만 8곳, 11조원이 넘는 규모의 택지 보상이 연기됐다. 파주교하신도시 3지구(3조5000억원)는 내년 7월로 미뤄졌으며 평택 고덕지구(3조6000억원)도 이르면 내달부터 우선보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고양 지축지구(1조2464억원), 고양 풍동2지구(9328억원), 화성 봉담2지구(7154억원) 등도 내년으로 보상이 미뤄진 상황이다.

인천 검단신도시 1지구 사업도 보상시기가 예상보다 6개월 이상 늦어진 데다 토지보상을 현금 대신 전액 채권으로 추진하면서 땅 주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양주 옥정신도시는 토지 보상이 끝났지만 경제위기로 공동주택지 판매가 늦어지면서 사업 종료시기도 2년가량 늦어지게 됐다. 이밖에 파주 교하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지구 보상작업도 상당부분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 같은 사업 차질은 공사의 심각한 자금난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만 보금자리주택사업과 수도권 택지지구사업을 포함해 보상금액만 20조원 가까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다. 공사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임대주택 사업이나 행복도시 및 각종 혁신도시 건설 같은 수익성 낮은 사업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 수요가 별로 없는 지방까지 불필요하게 많은 신도시와 택지를 개발하면서 미분양 때문에 돈이 묶인 것도 한 요인이다. 이 같은 사업구조를 깨지 않으면 자금난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 한국토지주택공사사옥


◇'사업지연 LH' 고삐죄는 정치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금난으로 각종 개발사업 등을 연기하자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원들이 해당지역 개발사업의 조속시행을 촉구하는 전방위 로비압력을 벌이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LH와 경기도 등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LH는 이날 현재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등 도내 9개 택지개발사업지구의 토지 보상이 지연되고 있으며 보상금액만 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0월 LH로 통합이후 부채규모가 85조7천억원에 달해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인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 12월께 향후 사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택지개발 등에 대한 지연이 속출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해당 지자체와 국회의원 등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해당 지역의 사업을 우선순위에 넣으려는 전방위 압력행사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양주 출신의 유재원·이항원 도의원은 LH 이지송 사장을 면담하고 양주 광석지구 등 보상이 늦어지고 있는 도내 6개 지구 택지개발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한나라당 원유철 경기도당 위원장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 사장을 면담,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황진하(파주)의원도 지난달 12일 이 사장을 면담, 교하신도시 개발을 우선순위에 넣어줄 것을 요청했고 같은달 26일에는 수원시의회 의원들이 LH를 방문, 고등동 주거개선환경사업의 적기 보상을 요구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경기도 관계 공무원이 국회를 방문, 지역 국회의원에게 택지개발사업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도내 12개 사업지구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적극 나선 것은 해당지구의 사업이 우선 순위로 결정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정치권의 전방위 로비 때문에 LH는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LH는 이와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으며 사업 재검토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도 함구중이다.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질 경우 객관적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졸속통합 LH공사 ‘세금 1조 특혜’ 논란까지
한나라당이 지난 4월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처리했지만, 공사가 합병으로 물어야 할 법인세 등 세금이 99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막대한 세금 부과가 문제가 되자, 정부는 뒤늦게 과세를 면제해 주거나 납부를 늦춰주는 내용으로 관계 법령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특혜 논란을 낳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세금 문제도 검토하지 않은 채 공기업 선진화의 대표적 사례로 주공·토공 통합을 졸속 추진한 결과, 주공·토공 통합으로 탄생한 토지주택공사가 7080억원, 토지주택공사의 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2900억원의 세금을 물게 됐다”고 밝혔다. 토지주택공사에 부과된 7080억원은 법인등기 등록세 980억원, 청산 자산에 대한 법인세 3500억원, 합병 시 자산 증가에 대한 법인세 26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토지주택공사의 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또한 주식가격 증액 또는 토공·주공의 주식 가치 차이로 합병 정산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세 2900억원을 내게 됐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토지주택공사와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이를 납부할 여력이 없자, 정부는 지난 9월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토지주택공사의 법인등기 등록세 980억원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통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나머지 각종 법인세를 ‘과세 이연’ 하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세 이연이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주식 가치와 자산의 증액분에 대해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것으로 이자 면제 효과가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27일 주공·토공 통합법안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 심의를 생략한 채 상임위원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했고, 4월30일엔 법사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의결했다. 이용섭 의원은 “야당과 전문가들이 통합 공사의 부채 증가, 재무구조의 문제 등을 지적하여 두 공사 통합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세금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고려하지 않고 지난 10월1일 토지주택공사를 출범시켰다”며 “정부가 주공·토공 통합이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라며 세금을 과세 이연, 면제해준다면 이는 세법상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의원은 “토지주택공사가 출범 이후 부채 비율이 534%에 이르는 등 채무가 과다하게 되자, 이전부터 추진해왔던 개발사업 중단을 검토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수원 고등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경우엔 지난 3월31일 보상공고까지 거쳤는데도 아직까지 자산평가 등 보상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합병 뒤 부채가 늘어나면서 사업 연기가 불가피한 곳이 있다”며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수·복리후생 등 규정 통합이전보다 더 좋게 변경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LH공사의 보수 및 복리후생 규정이 통합 이전보다 직원들에게 더 유리한 쪽으로 변경돼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정희수 의원(한나라당)은 LH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통합공사의 새 사규는 해외 주재 직원이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 주재국 인근 국가로의 '전지 휴가'를 인정하면서 왕복 항공운임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가족을 동반하는 해외 주재원의 경우 현지 생활환경 및 교육 여건에 따라 인근 국가에 가족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옛 토지공사가 재직기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경우 이사회 의결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한 '특별공로금'도 주공에는 없던 규정이지만 토공 사규가 준용돼 통합공사 사규에 추가됐다.
 
직원 승진에 필요한 최소 소요기간도 토공과 주공 중 유리한 쪽으로 수정됐고, 명예퇴직 최소 근속 요건도 토공은 10년, 주공은 7년인데 통합공사는 주공 사규에 따라 7년으로 바뀌었다. 주공에 없던 희망퇴직 규정도 토공에 있다는 이유로 통합공사에 추가됐다. 정 의원은 "통합공사가 이전 토공과 주공의 사규 중 직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규를 추가 또는 수정함으로써 신(神)도 놀랄 직장으로 변모했다"며 "통합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복지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지나친 도덕적 해이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합공사 측은 "해외 근무직원의 복지 혜택은 최근 알제리, 중동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해외사업이 증가함에 따라 공무원 해외근무 규정을 준용해 적용한 것"이라며 "특별 공로금도 사규에는 있지만 지급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통합공사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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