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원태 APEC 기후센터 원장)
기후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계속 변해 왔다. 지난 백만 년간 지구의 기후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다행히 지난 만 년 동안은 간빙기라 불리는 온난기가 지속됐고 인류의 문명도 발생하였다. 과거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인간활동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태양 에너지의 변화,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적 원인과 인간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등 대기 구성 성분의 변화가 있다.
기후변화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자연재해와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19세기 말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2℃ 상승했는데, 이는 과거에 비해 20배 이상 빠른 변화다. 기후가 빠르게 변할수록 재해나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지고,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종이나 사회는 멸종되거나 도태될 것이다. 고대 문명의 변천사를 보면 지역적인 기후변화가 문명의 몰락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빠른 변화인지 다른 예와 비교해 생각해 보자. 지구 인구는 기원전 500년경에 1억 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1800년에 약 10억 명, 1930년 20억 명, 1960년 30억 명을 기록한 이래 약 13년마다 10억 명씩 증가해서 2023년에는 8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500년 만에 80배로 증가한 것이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경제활동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자원과 에너지 사용도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각종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자연적인 원인
지구의 기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외부요인은 태양의 복사에너지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가 많아지면 따뜻해지고 줄어들면 추워진다. 지구가 우주로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는 -19℃의 물체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와 같다. 그러나 지표의 평균기온은 14℃로 33℃ 정도 더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표가 이렇게 따뜻한 이유는 대기의 ‘고마운’ 온실효과 때문이다. 온실효과는 지표에서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를 대기 중에서 흡수하여 재방출함으로써 지표 부근에 열이 축적되어 온도가 올라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이며, 구름도 중요한 온실효과를 발휘한다.
태양에너지는 흑점과 같은 태양활동의 변화 또는 지구 공전궤도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태양 흑점 활동은 17세기 중반부터 관측 기록이 있는데 약 11년 주기로 변동하며 흑점 활동이 활발하면 에너지가 많아진다. 지구 공전궤도가 변하면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가깝거나 멀어지면서 태양에너지의 양이 변동한다. 지구 공전궤도 변화(이심률과 자전축의 변화, 세차운동)는 2만~40만 년의 주기로 변한다. 과거 백만 년 동안 나타난 빙하기는 약 10만 년을 주기로 변하였는데 이는 태양에너지 변화 때문으로, 빙하기를 설명하는 이론을 밀란코비치 이론이라고 한다.
화산활동은 대기 중에 많은 양의 화산재를 분출하여 태양에너지 반사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미세한 화산재는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2~3년 잔류하는데, 이 기간에는 대류권의 기온이 낮아진다. 역사적으로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 폭발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1816년 ‘여름이 없던 해’로 기록되었으며, 각지에서 기아와 재해가 발생하였다. 최근에는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 이후 온난화 추세가 약화된 사례가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인위적인 원인
최근에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증가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되어 발생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인 에어러솔의 증가로 인한 대기 구성 성분의 변화가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대기 중 온실효과로 인한 지표면의 온난화는 19세기부터 알려져 왔다.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 푸리에를 비롯하여 마리오뜨, 소쉬르도 지구 대기의 온실효과에 대한 개념을 진보시켰으며, 1859년 틴달은 대기 중 주요 온실가스인 수증기와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변하면 다양한 기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1896년 아레니우스는 CO2의 농도가 변하면 빙하의 전진과 퇴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지지했다. 20세기 중반에 캘린더는 이러한 이론을 더욱 발전시켜 CO2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온난화가 예상되며 이는 화석연료의 연소가 증가하면서 CO2와 온실효과의 증가와 연계된다는 것을 밝혔다. 다만 초기에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금처럼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는 매장량도 많고 가격도 싼 에너지원으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는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예를 들면 휘발유 1리터를 연소시키면 이산화탄소는 2.3kg 배출된다. 이는 휘발유 1리터가 무게는 0.75kg이지만 이중 탄소의 무게는 0.63kg으로 비율이 높고, CO2는 산소 분자와 탄소의 결합으로 탄소 무게에 3.66배가 된다. 경유는 1리터 연소 시 CO2는 2.66kg 배출되고, 무연탄 1kg 연소 시 CO2는 3.37kg 배출된다. 만약 연비 10km/리터인 자동차로 10,000km를 주행하면 CO2 배출량은 2.3톤이 된다.
2019년 화석연료 사용으로 전 세계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무려 364억 톤이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약 7%가 줄어 341억 톤을 배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산화탄소는 6억 5000만 톤,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톤을 배출했다. 공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식물에 의해 약 30%, 해양에 약 25%가 흡수되고 나머지는 공기 중에 남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다양한 불소화합물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산업혁명 이후 가장 온실효과를 많이 증가시킨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이다.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연소, 시멘트 공정 등에서 배출되고, 메탄은 축산업이나 농업, 아산화질소는 비료와 화석연료에 의해 주로 배출된다. 배출된 온실가스의 특징 중 하나는 공기 중에서 수년에서 수천 년 이상 남아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8%(그림 참조), 메탄은 160%, 아산화질소는 23%가 증가했다.
대기 중의 오염물질인 에어로졸(미세먼지 등) 역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데 온실가스와는 달리 공기 중에 수시간~수개월 남아있고, 대부분의 경우 태양에너지를 반사함으로써 지표의 기온을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에어로졸은 다양한 발생원이 있으나 화석연료 연소가 가장 중요한 발생원이다. 삼림 훼손이나 토지이용 변화 등 환경 변화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의 원인 규명
기후변화의 여러 원인 중에서 현재 진행 중인 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인 매우 중요하다. UN 산하의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 원인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연소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었다. 최근 10년간 이산화탄소는 매년 약 350억 톤 배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의 280ppm(약 0.03%)에서 2019년에는 410.5ppm(약 0.04%)으로 약 130ppm이 증가했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농도 증가로 인한 온실효과는 같은 기간 태양에너지의 변화에 비해 약 20배가 크다.
IPCC는 2013년 발간한 5차 평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1950년 이후 발생한 온난화는 인간활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화석 에너지의 사용 증가가 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미래의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핵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의 결과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온난화로 자연재해가 증가하는 이유
기후변화가 일어나면서 물 순환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하여 많은 지역에서 홍수와 가뭄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홍수와 가뭄이 증가하는 것은 상반되는 것 같지만,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 중의 수증기 함유량이 많아진다. 온도 1도 상승에 따라 약 7%의 수증기량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온난한 기후에서는 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호우가 증가하면서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또 기온이 올라가면, 토양에서 증발량이 많아져서 가뭄이 심해지거나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즉 온난화로 인하여 홍수와 가뭄의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 여름철 가뭄은 폭염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8년 여름에 마른장마가 지속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이 예라고 할 수 있다.
기후 시스템에는 변화가 시작되면 변화를 강화(양의 피드백) 또는 약화(음의 피드백) 시킬 수 있는 상호작용들이 있다. 예를 들면, 기온이 높아지면 눈과 빙하가 녹으면서 육지와 수면이 넓어지고, 이에 따라 태양에너지가 더 많이 흡수되어 기온이 더 높아지는 얼음-반사율 피드백(Ice-albedo feedback)이 있다. 지난겨울은 북극지방이 이상고온이 나타나서 그 영향으로 서울에서 –18℃ 한파가 발생하고, 미국 텍사스주에서도 –18℃ 한파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이는 극지방을 감싸는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서 발생한 것이다. 기후 시스템은 복잡계로, 다양한 피드백을 이해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전망하고 대응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맺음말
굳이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글을 게재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고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만약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자연 생태계와 인류 사회에 심각한 피해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를 말하고 이러한 위기를 벗어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으나, 수십 년 후의 기후변화는 오늘부터 우리 행동에 달려 있으며, 행동을 바꾼다면 미래 기후변화도 바꿀 수 있다. 원인을 알았으니 원인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일만이 성숙한 세계시민으로서,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어버이로서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2050 탄소제로만이 인류와 자연을 살리는 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단 하나뿐이다.
권원태는...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A&M대학교에서 기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기상연구소에서 기후연구과장, 연구소장을 거쳐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을 역임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4차~6차 평가보고서 주저자 및 정부대표로 활동했으며, 한국기상학회 부회장, 한국기후변화학회장 등을 역임한 기후예측 및 기후변화 전문가로 2018년 이후 APEC기후센터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