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권고안 달라…수익증권 소유 지위 확보 목적
하나은행-예탁결제원에 ‘구상권’ 청구 소송…책임 비율 관건
“대체로 안도하나 늦은 점은 실망”…“진행 사안 더 지켜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태' 피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 반환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금감원 분조위)의 권고안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와 내용이 다른 자체안인데, 향후 하나은행, 예탁결제원과의 소송전도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에 대체로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결정 자체가 너무 늦었고, 금감원의 권고안이 아니라 NH투자증권 자체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25일 NH투자증권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지난달 4일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 이후 2개월간 여덟 차례 이사회 논의를 거쳤으며, 고객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한 결정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될 대상은 일반투자자 831명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 원이다.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할 계획으로, (이번 결정은)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합의의 형태다.
NH투자증권은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나,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함은 물론, 회사로서도 이 사안에서 중대 책임이 있는 다른 기관에 대한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투자원금을 100%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는데, 이는 손해의 확정 여부와 무관하게 중대한 위법사유가 확인되는 경우, '펀드판매계약'을 무효화해 원금 전액 반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그간 '다자배상안'을 금융당국에 역제안하며 이번 사태와 연관된 금융기관(하나은행, 예탁결제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원금을 전액 반환하고 하나은행-예탁결제원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하나은행·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과 구상권 청구 계획도 밝혔다. 박상호 NH투자증권 준법감시본부장은 간담회에서 "하나은행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투자 제안서와 실제 펀드에 편입된 자산을 알 수 있었던 회사임에도,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정체가 불확실한 6개 회사 사모사채에 펀드자금을 집중투자하는 기형적 운용 지시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사로 펀드자산의 평가 및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편입된 자산인 사모사채 계약서를 제공받고도 옵티머스의 요청에 따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자산명세서를 허위로 작성함으로서,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운용사의 사기운용이 가능하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NH투자증권-하나은행-한국예탁결제원 간의 소송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25일)통화에서 "구상권 청구 소송을 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번 사태에 대해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예탁결제원의 책임비율을 따지겠다는 의미"라며 "만약 소송이 전개된다면 소송의 규모가 초점이 아니라, 협의되는 (책임)비율이 관건이 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
한편, 피해 투자자들은 대체로 안심하고 있지만, 진행 사안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투자자는 25일 통화에서 "NH투자증권의 반환 결정을 100%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어찌됐든 원금 반환 발표는 환영하지만, 피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맡겨놨던 자금을 돌려받는 것인데, (금감원 분조위 권고안이 아닌 NH투자증권 자체안은) 결과적으로 NH투자증권이 인심을 쓰는 격이 됐다"고 토로했다.
다른 투자자도 같은날 "전액 배상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온 것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며 "현재는 계획을 일단 발표한 시점이라 추후 진행되는 사안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옵티머스) 펀드 판매나 사후 대응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조명돼야 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추가 제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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