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식, ˝도움받던 단체에서 주는 복지회로 거듭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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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식, ˝도움받던 단체에서 주는 복지회로 거듭날터˝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05.11 15: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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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지난 4월 장애인주간을 맞아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를 찾았다. 늠름한 체구에 시원한 미소를 띤 신사가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신용식(59)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장에게서 장애를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힘 있는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눈빛은 여느 남자들보다 에너지가 넘쳤다. 무엇이 ‘장애인’이라는 그의 심신을 이토록 건강하게 단련시켰을까. 장애인들이 ‘장애’라는 불편을 딛고 행복을 찾아 나서도록 돕는 것이 활력의 비결은 아닐까.

보수우파운동에서 장애인운동으로
장애인, 이제 스스로 도와야할 때
서로가 돕고돕는 선진화된 복지로

▲ 신용식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장 ⓒ권희정 기자

신용식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장은 20살의 나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안게 됐다. 당시 신 회장은 본인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없어 어두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본인의 장애를 인정할 수 없었다. 다른 장애인들의 어려움 역시 외면했다. 그저 장애인으로 무시당하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더 강해져야만 했다.

그렇게 보수우파의 위치에서 종북좌파 성향자를 몰아내는 일에 앞장섰다. 전국 보수단체 청년국장을 맡기도 했고 이후 권력자들과 재물을 가까이 하며 신 회장의 젊은 30년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그러나 이 화려함이 신 회장의 행복이었을까. 신 회장은 “돌아보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았나’ 싶더라. 그렇게 살았던 내가 이 안에 들어와 행복을 알았다”고 말한다.

신 회장을 ‘행복’의 길로 안내한 사람들이 있다. 이원종 성균관대학 석좌교수(전 충북도지사)와 이정식 뉴스1 사장(전 CBS 사장)이다. ‘장애인들을 규합해서 그들이 재활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드는 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일’이라는 권면을 듣고 신 회장은 숙연해졌다. 그렇게 장애인 운동에 눈을 뜨고 2000년 충북장애인복지단체 회장을 시작으로 새로운 삶을 열었다.

도움 받던 복지회에서 도움 주는 복지회로

신 회장은 처음 장애인 복지를 접했을 당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장애인단체는 국가의 지원으로 몇 몇 사람만 혜택을 누리는 것이 전부였다. 분명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에 신 회장은 장애인 복지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 2009년 11월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장애인 몇 명을 앞장세워 앵벌이를 시키고, 돈을 받아쓰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입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익운동이 아니라 장애인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했고, 이제 중앙회장까지 됐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내세운 비전은 ‘도움 받던 복지회에서 도움 주는 복지회로’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일어나 수익을 창출하고 우리보다 못한 장애학생 및 재가 장애인을 도와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신 회장은 중앙회장으로 취임 후 도움만 받던 장애인 단체가 아닌, 능동적으로 복지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것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신 회장은 “우리가 벌어들인 수입으로 사회에 적응이 어려운 장애인과 나아가 다문화가족, 새터민 등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다. 장애인 단체가 이러한 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 장애인들이 뛰어 갈 때 그것을 보고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생긴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주겠습까. 능동적으로 나아가야 장애계의 발전이 있습니다.”

장애인, 스스로 행복을 찾아야

장애인들이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거듭나야 함은 무엇보다 장애인 스스로를 위함이기도 하다.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 때, 스스로가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우리끼리 있을 때는 소리를 내지만 혼자 있으면 말을 못 합니다.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합니다. 상대의 눈을 보지 못 하죠. 그러나 내가 벌어서 쓰고 도울 수 있을 때는 상대의 눈을 쳐다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당당할 수 있기 위해 취업을 하고,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입장이 돼야 합니다. 내가 누굴 도울 수 있을 때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이제 신 회장의 이 같은 소망은 결실을 맺고 있다. 복지회는 장애인 생산품 공장을 만들고 피복사업, 청소용역 사업 등으로 장애인들의 고용창출에 힘쓰고 있다. 또 그 수입원을 통해 사랑의끈연결운동, 장애인음악대회, 체육대회 등 각종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랑의끈연결운동본부(총재 정우택)에서는 전국 7만6000명의 추천 장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멘토·멘티 1:1결연으로 장애학생들의 꿈을 지원한다. 또 대한장애인펜싱협회 등 체육회의 지원을 위해 복지회에서 직접 실업단을 구성, 일반 기업들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이밖에 재가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일반 수용시설이 아닌, 재활운동과 소통을 통해 사회와 가까워질 수 있는 재활시설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 신 회장은 운동을 통해 신체의 재활을 꾀함은 물론, 서로간의 소통으로 굳어진 생활구도를 풀어가는 것이 바로 재활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이 장애를 감추고 집에만 숨을 게 아니라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지적장애가 있어 남들과 소통이 어려워 보이는 이들도 사람들과 어울리면 느낌으로 소통합니다. 장애인들끼리라도 서로 소통을 하면서 자신 외에 외부 세계를 학습해 가는 것이 재활입니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도 아이들을 재활원 등에 보내고 오픈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

신 회장의 과거 전적 때문일까. 이같이 장애인 운동을 위해 힘쓰는 신 회장의 행보에도 껄끄러운 시선은 있다. 간혹 봉사와 나눔에 앞장서는 사람 중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회장은 단체장들의 정치성을 경계한다. 단체장들보다도 장애인 인재들을 정계로 보내 장애인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하는 것. 신 회장은 지금의 정권 역시 선거용 관심이 아닌, 장애인들의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실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바랐다.

이와 함께 장애인 스스로도 변화돼야 한다. 누군가의 도움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 회장이 그리는 이러한 삶을 살아낸 당사자가 바로 본인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 행복을 말한다.

“처음 장애인 운동을 할 당시 청주고등학교 남상례 선생을 찾아가 함께할 것을 권했습니다. 처음엔 안하겠다 고집을 부렸는데, 결국 복지회 부회장까지 오면서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됐습니다. 사랑의끈연결운동본부 정우택 총재는 장애아들에게 뭔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느꼈고, 그렇게 조금씩 돕다 보니 사랑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들은 ‘장애인을 위해 살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사랑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들이 사랑을 배운 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전하는 삶이 바로 행복입니다. 우리 장애인 스스로도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누군가를 돕는 삶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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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12-05-12 11:45:42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체에서 오히려 도움을 주는 단체를 표방하는 글을
읽고 마음이 따듯해 졌습니다
장애가 더 이상 장애로 느껴지지 않는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