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가 만난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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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만난 유시민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05.23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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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닭무리 속에 떨어진 학 신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임진왜란이 끝난 뒤 사명대사가 조정의 명을 받아 일본 교토(京都)로 가서 에도막부의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만났다. 전후 처리 문제와 강화회담을 하기위해 처음 만났을 때 주고받은 문답이 적혀있는 한시가 있다.

당시 통일을 성취하여 기세등등한 이에야스가 사명대사에게 '石上難生草‘(돌에는 풀이 나기 어렵고), ’房中難起雲(방안에는 구름이 일어나기 어렵거늘), ‘汝爾何山鳥’ (너는 도대체 어느 산에 사는 새이기에), ‘來參鳳凰群’(여기 봉황의 무리 속에 끼어들었는가) 라고 조롱했다고 한다.

이에 사명대사는 점잖게 '我本靑山鶴‘(나는 본래 청산에 노니는 학인데), ’常遊五色雲‘ (항상 오색구름을 타고 놀다가), ’一朝雲霧盡’ (하루아침에 오색구름이 사라지는 바람에), ‘誤落野鷄群’ (잘못하여 닭 무리 속에 떨어졌노라) 이라는 명쾌하고 기발한 답변으로 이에야스의 기선을 제압해 일본에 잡혀간 조선포로 3000여명을 데리고 귀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명대사가 요즘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본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특히, 각종 토론에서 대단한 입심을 자랑하는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

▲ 유시민 통합진보당 전 대표 ⓒ뉴시스
그는 자신의 저서인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각자가 선 자리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권리와 책임을 일상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각성한 시민’이 많아질수록, 그런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공동체와 그들 사이의 연대가 끈끈해질수록, 그 연대를 기반으로 한 시민 행동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질 수록,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단단해지고  사회는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국가에 대해 “국민을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하는 국가이다. 부당한 특권과 반칙을 용납하거나 방관하지 않으며 선량한 시민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 국가이다. 나는 그런 국가에서 살고 싶다”고 적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그는 발길질이 난무하고, 멱살과 머리채를 잡히는 난장판이 돼버린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날아드는 당권파의 주먹을 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가 소속된 정당은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처절한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각성한 시민’은 간데 없고, 그들이 만든 작은 공동체는 폭력과 상호비방이 난무하여 분열로 점철된 ‘부당한 특권과 반칙이 용납되며 방관되는 정당’이 되었으며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절망에 내버려지는 정당’이 됐다.

아마 유 전 대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구 당권파와 손을 잡은 그 순간부터 그가 ‘잘못하여 닭 무리 속에 떨어진 청산에 노닐던 학 신세’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유 전 공동대표가 스스로 사퇴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청한다'며 눈물을 보이고 '백의종군해 건전 진보로 거듭나겠다'며 애절히 호소한 것을  다시 한 번 믿고 싶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지난 정권에서 유 전 공동대표가 합리적인 정책과 견해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훌륭히 수행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더 이상 유 전 공동대표에 대해 실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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