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가 박근혜보다 못 가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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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가 박근혜보다 못 가진 것?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5.26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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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기 대신 정적 비난해주는 사람이 없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얼마전이다. 모 언론사 간부와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간부 왈 "정치판에서 저격수가 오래 가는 걸 못 봤다"는 것. "남 공격 잘하는 사람은 잠깐 반짝할 수 있지만 크게 성공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특별히 이름을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실제로 그랬던 것 같다. 그의 말은 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좋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새누리당 대선예비후보인 이재오 의원은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현재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먼저 털고 가야 할 것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은 본인이 아직 공식적으로 대통령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고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고, 경기로 말하자면 링 위에 정식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제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게 뭐 있겠는가. 링에 올라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요즘들어 이재오 의원이 박 전 대표를 향해 비난성 발언을 내뱉은 것을 못 본 것 같다.

이날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것에 대해  "여론조사 지지율과 실제 투표는 다르다"며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니 대통령을 결정하는 표심은 언론에서 조사하는 여론조사 지지도와는 다르더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로 말하면 이회창 전 총재는 두 번(1997년·2002년 대선) 대통령에 당선돼야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 정도를 가지고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대화 나누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
이 의원은 지난 1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과거 박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발언했던 데 대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박 위원장의 관계는 어느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을 산업화에 기여한 지도자로 보는 견해에 있어선 지도자의 딸이라고 평가될 수 있지만, 유신 이후 인권탄압에 초점을 맞추는 평가에 있어선 독재자의 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옳다"면서 "현재 모두 한 시대의 역사가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 내가 어느 한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는 것은 내 평가에 불과하지 역사의 올바른 객관적인 평가라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던 것에 대해 "이렇게 언론에 얘기를 했는데, 앞 부분은 빼고 뒤에 부분만 기사화돼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박 전 대표측의 이 의원에 대한 발언 수위는 보통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추대론자'인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당내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에 대해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 분들이 너나없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현상, 이것은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지지율이 1~2%, 심지어 그것도 안 되는 분들이 저마다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 경선에 나가겠다는 것은 잘못하게 되면 대선 경선 자체를 희화화 시키지 않겠는가"라며 "이건 정말 기현상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같은 경우도 과거 한때 민중당인지 뭔지 했던 사람들이고, 실패한 이명박 정권의 한 축을 이룬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다. 이명박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이 의원이 공천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 공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

지금 이재오 의원에게 이상돈 전 비대위원과 같은 사람은 없다. 길게 봐서는 정말 다행인 듯하다. 반면, 박 전 대표에게는 왠지 암운이 깃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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