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출마, 이보다 드라마틱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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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선출마, 이보다 드라마틱할 수는 없다
  • 윤진희 기자
  • 승인 2012.05.29 11: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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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盧 3주기 추도식 끝난 시점, 침묵 깨며 ´포스트 노무현´ 강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희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적절한 타이밍에 직구를 날렸다. 이번에는 문재인을 각인시키는 직구였다.

노무현 3주기 추도식을 끝낸 다음날이었다. 그는 지난 24일 노무현 재단을 내려놓는다며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대권 출마의 신호탄을 밝힌 셈이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았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3주기를 통해 응집되고 난 뒤였다. 그런 찰나, 노무현이 보여주지 못한 진짜 노무현(혹은 세상)을 다름 아닌 문재인이 보여주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곧 탈노무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노무현의 빛은 가져가되 그를 넘어서려는 '청출어람'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날 문 고문은 '노무현'이란 이름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끝은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문 고문은 "노무현이란 꽃은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의 가치, 그의 신념, 그의 원칙은 가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신념, 통합이라는 지향, 상식이라는 가치였다. 문 고문은 이러한 가치를 어렵다고 모른척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

최근 문 고문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불리면서도 휘청거렸다. 일각에서는 한계가 보인다는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다, 노무현의 빛과 그림자일뿐 대권주자로 보기엔 브랜드가 약하다, 스토리의 부재다 등등의 각양각색 품평회가 쏟아졌다.

게다가 그는 '이-박 연대'와 관련,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고 발언한 것도 도마에 올라 곤혹을 치렀다. 이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공동정부론 제안을 한 것 또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처럼 불편한 말들이 오가는 상황에서 그가 취한 것은 '침묵'이었다. 특별한 해명이나 반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별 말 없는 그를 두고서 문재인 불출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대신 김두관 대망론이 솟구쳤다.

그런데 문 고문의 침묵은 드라마틱한 대선출마를 알리기 위한 복선과도 같은 장치였다. 노무현 3주기 추도식을 딱 끝낸 시점에 '노무현을 내려놓지만 진짜 노무현을 보여주겠다'는 역설적 출마선언을 시사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언은 노무현 재단 회원들에게 전하는 퇴임사였다. 그렇지만 단순한 퇴임사로 치부하기엔 그가 강조한 의미는 너무나 컸다.

이같은 타이밍을 활용한 것은 것은 '꼼수'가 아니다. 혹자의 말대로 그만의 직구법으로 정직하게 포스트 노무현이 곧 자신임을 가리킨 것이다. 평소 권력의지가 별로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지적받은 그였다. 그런 그가 권력욕을 드러내놓지 않고도 세련된 방법으로 '문재인'을 보여준 것이다. 야구로 치면 멋진 홈런인 셈이다. 문 고문이 9회말 2아웃에 기적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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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참새 2012-05-29 15:40:29
제대로 짚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