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첩첩산중'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세종시 수정안 '첩첩산중'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1.21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구도와 여당 내 역학구도상 국회통과 어려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세종시 논란은 이제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는지 여부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대체적 분위기는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다소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수정을 관철하려면 법안 개정 2건과 제정 1건이 필요하다. 행복도시법과 조세특례법이 개정 대상이고 ‘과학비즈니스특별법’은 제정 대상이다.

원안 사수에 당력을 집결하고 있는 자유선진당은 류근찬, 김낙성 의원 등이 삭발까지 하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민주당도 수정안을 공식화한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소수 정당이긴 하지만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원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친박연대 소속 의원 8명도 박근혜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할 것이 틀림 없어 원안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나라당이다. 의석수만 놓고 보면 169석으로 국회 재적 과반을 가볍게 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은 국민과의 신뢰를 깨는 일”이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친박계 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결집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 의원 수는 약 60명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 박 전 대표가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세종시 수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친박계와 친이계가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으며 친이계에 비해 친박계의 결집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 응답자 112명 가운데 ‘세종시 수정 입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다’라고 답한 의원은 총 41명으로 36.6%를 차지했다. 이 중 친이계 의원은 35명, 중립 성향 의원은 6명이었다. 친박계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수정안 발표 후 박근혜 원안 목소리 높여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답한 의원은 총 45명으로 통과를 예상한 의원보다 4명이 더 많았다. 친박계 의원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친이계 의원도 13명이나 차지했다.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면서도 국회통과는 어렵다고 본 친이계 의원이 상당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세종시 원안 찬성’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헌법상으로 당론에 구속되지 않는 의원들이 어느 정도 당론을 따를지는 미지수지만 친박계에서 당론을 거론한다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당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당헌 제72조 제3항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 변경이 가능하다. 즉 한나라당 재적의원 169명 중 113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는 정운찬 국무총리.     © 뉴시스

 
친박계 의원이 60명 선임을 감안하며 당론 변경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친이계가 결집하면 그에 대응해 친박계도 결집할 개연성이 크고 중립성향의 의원들 모두가 세종시 수정안으로의 당론 변경에 찬성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를 반영하듯 수정 법률안의 제출 방식도 의원 입법이 아닌 정부안으로 채택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직접 담당했던 정운찬 국무총리는 “수정안의 당위성을 설득하겠다”고 말했지만 박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청와대가 나서 박 전 대표를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세종시 수정 법률안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여야 구도와 여당 내 역학구도를 따져보면 수정 법률안의 국회 통과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