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매각불발로 유동성 확보 실패…이자 20억·운영자금 40억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밀약 의혹까지…‘사실이면 5000억 순손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최근 매각이 불발된 자회사 ‘왕산레저개발’에도 이자 비용과 함께 운영 자금 지원이 필요해지면서 재무 구조가 악화된 것. 통합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일방적인 ‘기내식 30년 계약’ 체결까지 겹쳐, 추가 비용 부담만 더욱 커지고 있어 한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와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행상 항공기 임대료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자동으로 장부상 환차손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를 해외에서 장기로 임대하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축소 환경 탓에 평년 수준의 연료를 비축해두지 않았다. 결국 환율이 상승할수록 달러로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 셈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56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연간 항공기 유류 소비량(약 3300만 배럴)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오르면 약 350억 원의 손실도 추가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장중 1200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기록했던 1196.9원 이후 17개월 만에 높은 수치다. 특히 국제 유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7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매각도 불발되면서 유동성 확보에도 실패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매각을 통해 약 13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서 이자비용만 계속 지불하게 됐다. 해당 자회사에 소요되는 이자비용은 매년 20억 원 이상이다. 회사 순손실은 지난 2014년 3억 원에서 지난해 기준 247억 원까지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약 40억 원의 운영자금까지 추가 지원하게 되면서, 재무 구조만 악화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합 절차를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선 ‘기내식 리스크’가 발생했다. 박삼구 전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이 기내식 공급사 ‘게이트고메그룹’에 30년 동안 최소 순이익을 보장하는 밀약(密約)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30년 치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스위스 게이트 그룹 계열사에 저가 매각(1333억 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게이트고메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보장 이익을 지급하라며 싱가포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밝혀졌다.
30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독점하는 사업의 최소 가치는 2600억 원대로 환산된다. 여기에 순이익 보장 약정까지 추가하면 그 가치는 5000억 원대까지 급증한다.
게이트고메 측은 합병을 주관한 대한항공이 오는 2047년까지의 기내식 계약을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병한 이후에도 약정대로 계속해서 게이트그룹에 순이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순수 통합 자금만 6000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됐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3분기 평균 항공 유가는 배럴당 75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75% 급등한 데다, 향후 수요 회복에 따른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대한항공 등)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마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연간 순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안으로 통합 절차를 마친다는 대한항공은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필수신고국가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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