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치열해지고 있다. 초반만 해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의원이 ‘저력’을 과시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 역시 ‘예측 불가’라며 더 이상의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승리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홍 의원이 ‘바람’을 타고 윤 전 총장과의 격차를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역전승’에 도달하기에는 한 걸음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말하는 숙제는 바로 ‘충청권의 지지’다.
이번 대선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내 삶을 바꿔줄 일꾼’을 뽑는 선거라기보다는, ‘너무나도 미운 상대 후보를 꺾을 수 있는 후보’를 뽑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홍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윤 전 총장보다 본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본선 경쟁력은 ‘확장성’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이념적으로는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호남 이외 지역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가 대선 승패와 직결된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과 싸우는 과정에서 ‘반문(反文) 구심점’으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를 싫어하는 중도층에 호감을 살 만한 포지션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충남 논산·공주에서 파평 윤씨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던 조부와 부친 덕분에 ‘충청 대망론’까지 등에 업고 경선에 임하고 있다. 즉 홍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려면 자신이 윤 전 총장 못지않은, 오히려 윤 전 총장보다 뛰어난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충청권의 지지다. 중도층으로의 확장은 개인의 정치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띠는 우리나라에서 영남 출신인 홍 의원이 충청권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경북 안동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TK(대구·경북) 표를 일정 부분 가져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홍 의원의 ‘지역적 확장력’은 본선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승리하려면 DJP연합과 같은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인구수가 많은 영남만 지키면 필승’이라는 전통적 관념으로는 ‘충청 대망론’을 업고 있는 윤 전 총장, 나아가 ‘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라는 ‘필승 공식’을 따르고 있는 이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 과연 홍 의원은 충청권의 표심을 잡고 대권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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