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10구단 좌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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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제10구단 좌절…왜?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7.04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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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인프라 부족, 속내는 공존공생 뜻 없는 재벌구단 특권의식이 문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신상인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지난달 19일 10구단 창단 승인을 유보했다. 야구계와 팬들의 고대하던 10구단 체제는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10구단 유치를 희망했던 지자체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지자체는 “프로야구가 질적, 양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이 유보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이번 보류 결정은 그간 프로야구 10구단 연고지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 지자체의 의지와 전국 야구팬의 열망을 무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구단 창단 유보에 관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뉴시스
 
KBO 이사회는 이번에도 몇몇 대기업 구단들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예전부터 구단 수 확대에 대해 곱지 않은 반응을 보였던 대기업 구단들은 이번에도 반대를 했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구단들의 큰 목소리 앞에 야구계와 팬들의 여론은 처음부터 별 위력이 없었다.

10구단 창단… 무엇이, 누구의 문제인가?

10구단 체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선수수급 문제와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구단수 확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0구단 체제야말로 한국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프라 개선과 선수수급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구단 창단으로 선수수급의 중요성이 강조돼 아마추어 야구부의 신설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지역야구의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10구단 유치를 희망한 수원과 전북의 경우, 2만5,000석 이상 규모의 현대식 야구장을 조성과 유치 기업에 대한 편의를 유치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10구단 창단만으로 한국야구의 시장규모 확대와 인프라 활성화에 오히려 자극이 되는 셈이다.

신생구단 창단으로 인한 리그의 질적 저하 우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9구단으로 프로야구 1군 입성이 확정된 NC는 이미 퓨처스리그를 통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다. 지난 몇 년간 재정적 어려움과 하위권을 전전하던 넥센도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대기업 구단들을 뛰어넘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신생구단으로서 창단 초창기의 어려움은 감수해야 했지만 적절한 준비기간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리그의 질적 저하는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대기업 구단들이 내세우는 10구단 반대 논리가 과연 얼마나 순수한 의도를 갖고 있는 지가 문제다. 그 이면에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독점해온 야구시장에서 경쟁자들의 진출로 인한 기득권 감소를 원하지 않는 집단이기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1986시즌부터 1990시즌까지 5년 간 7개 구단•홀수구단 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때 들쭉날쭉한 경기 일정 탓에 경기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생겨났고, 이 때문에 8구단 창단을 서둘렀다. 원칙적으로 한 팀은 다른 8개 팀의 경기를 3, 4일 동안 구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실전감각 부족, 연전에 임한 팀과 휴식을 취한 팀의 전력 불균형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선수협, “올스타전, WBC 참가 안해” 파급 확대

하지만 결과적으로 KBO의 결정에 프로야구는 2013시즌부터 당분간 9개 구단 홀수구단 체제가 가져오는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작업이 불발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선수협은 이번 결정으로 올스타전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보이콧 등 단체행동까지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달 19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팬들과 국민들, 그리고 선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부 구단들의 반대로 10구단 창단을 무기 연기시킨 것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9구단 창단 결정시 예정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하는 KBO 이사회의 결정은 무책임하고 구단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선수협은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10구단 창단 범국민운동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프로야구 OB모임인 일구회와 다른 야구인, 야구단체에도 지지를 호소했다.

선수협은 "10구단창단 범국민 운동기구를 통해 야구인과 팬들이 힘을 모은다면 KBO와 구단의 일방적 반대에 제동을 걸고 야구가 팬들을 위한 스포츠로 거듭날 것"이라며 "10구단 창단문제는 프로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영향력 견제, 낙후된 스포츠 산업, 불공정한 노사관계와도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여론, 제10구단 창단에 '찬성'

한편, 한국야구위원회의 제10구단 창단 무기한 유보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0구단 창단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구단 창단에 대한 ‘찬성의견’이 51.6%로 나타난 반면, ‘반대의견’은 9.0%에 불과해, 응답자의 과반이 10구단 창단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75.0%가 찬성(반대 8.1%)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29.0%가 찬성하고 반대가 9.9%였다. 연령별로는 30~40 세대가 ‘찬성의견’이 높았는데, 30대는 60.3%, 40대는 59.9%로 나타났다. 뒤이어 50대가 52.6%, 20대가 52.2%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전화 조사로 실시되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6%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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