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민의 의학이야기>일본뇌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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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의 의학이야기>일본뇌염
  • 이창민 자유기고가
  • 승인 2012.07.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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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창민 자유기고가)

해는 길어져서 작은 시계바늘이 저녁 8자에 걸릴 즈음이 되어서야 비로소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오고, 뜨거운 한낮 태양빛 때문에 한껏 달구어졌던 몸은 그제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리게 된다. 여름 저녁. 오순도순 밥상에 모여 앉은 가족들 앞 TV는 올해도 어김없이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떠들어 댄다.

한국에서 웬 일본뇌염이 문제가 될까. 대부분 알고있겠지만 일본뇌염은 일본에서만 발생하는 병이 아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된 결과로 생기는 병이다. 1930년대에 일본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를 발견하여 일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일본뇌염바이러스라고 명명한 것이다.

일본뇌염은 모기의 일종인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 전염된다. 이 작은빨간집모기가 일본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된 짐승의 피를 흡혈함으로써 바이러스가 모기의 체내에 유입되고 이후 이 모기가 사람을 흡혈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사람의 체내로 들어오게 됨으로써 사람의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돼지는 일본뇌염바이러스의 중요한 숙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뇌염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일본뇌염주의보 또는 일본뇌염경보를 발령한다. 일본뇌염주의보는 일본뇌염을 전파할 수 있는 작은빨간집모기가 처음 발견되었을 경우 내려지며, 일본뇌염경보의 경우 △특정지역에서 전체 모기 중 작은빨간집모기의 수가 50% 이상인 경우 △특정지역에서의 돼지의 항체 양성률이 50% 이상 또는 돼지혈청에서 초기항체가 검출되는 경우 △작은빨간집모기에서 실제로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경우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 내려진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일본뇌염 때문에 연간 약 1000명~3000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매년 300~900 명이나 되는 사람이 사망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일본뇌염백신이 도입되면서 환자의 발생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고 현재는 환자 발생이 연간 10명 이하로 거의 퇴치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일본뇌염에 감염되더라도 감염자의 95% 이상은 거의 증상이 없이 잘 극복이 되나, 일단 뇌염으로 진행이 되면 높은 사망률을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나아가 일본뇌염에 감염된 경우 현재까지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우리가 실감을 못했을 뿐 일본뇌염백신의 개발은 매우 획기적인 사건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는다면 일본뇌염에 대한 항체 형성률이 90% 전후에 달하므로 일본뇌염 예방접종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하겠다.

일본뇌염의 거의 모든 환자는 10세 미만의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권장되는 일본뇌염백신 접종 대상이 1~12세 사이의 소아인 것에 대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의 경우는 체내에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항체가 아직 남아있는 시기로 여겨지기 때문에 일본뇌염백신 접종 권장 대상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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