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약점은 박근혜 자신, 안철수 약점은 국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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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약점은 박근혜 자신, 안철수 약점은 국민에 있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07.2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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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모를 朴…답을 찾지 못한 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역사관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유신시대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5.16 군사 쿠데타 관련해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5.16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후 근대화의 초석을 마련해줬다고 합리화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뉴시스.
특히 대통령 도전자로서 '미래적 가치'를 보여줘야 할 때에 스스로 '박정희 프레임'에 갇힌 모습을 보여준 점은 향후 대선 가도에서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관측이 많다.
 

2040세대가 이번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전망될 가운데 이를 포함한 중도층과 부동층을 잡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다.

더군다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딱히 인상적인 정책비전이나 구체적인 공약, 현실 가능한 재원조달 방법 등이 나와 있지 않다는 단점까지 한층 두드러진 상황이다.

하다못해 (아이러니하지만) 박 의원이 선점한 경제민주화 역시 자신이 줄곧 일관성 있게 피력했다기보다는 혹자의 말대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이번 대선 가도에 대동했을 뿐이다.

박 의원은 앞서 완전국민경선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불통' 이미지를 강화시켰다. 이번에는 과거 역사에 대한 사적인 태도, 불명확한 회피식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결국 박근혜 의원의 아킬레스는 '독재자의 딸', '정수장학회' 등의 꼬리표가 아닌 그가 보여준 그간의 모습이다. 

 '과거'를 제대로 규정하지 않고서는 '현재' 바로 설 수 없으며 '미래'를 제대로 가늠할 수도 없다. '박근혜'가 '박근혜'를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은 '박정희 딸 박근혜'를 인식할 뿐이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인기는 누구의 공인지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유신시대를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5.16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면 왜 그런 건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정치인의 의무다. 

ⓒ뉴시스.
안철수, 역으로 대중에게 공을 던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출마 여부 관련, 대중에게 '공 던지기'를 시도했다. 그는 19일 <안철수의 생각>을 기습 출판, 단숨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국가 미래 지도는 무엇인지, 이에 대한 '안철수'의 견해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출마 의지가 명료하게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 서문을 보면 독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도전은 힘이 들뿐 무서운 게 아니다…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가고 싶다…서울시장 불출마 시장 직후 정치권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이 되어주고 싶었다…그동안 보수와 진보를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총선에서 야권 대선 후보가 제 자리를 잡으면 자신은 원래 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총선 이후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정치참여를 고민했고 이제는 사회현안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듣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안철수 생각>서문 요약-

안철수 원장의 요지는 '내 생각은 이러이러하니,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 평론가가 말했듯 책 출간 이후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박근혜 의원을 넘어선다면, 국민은 안철수 생각에 공감한다는 것이고, 정치인 안철수를 진짜 원하는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바로 이 점을 안 원장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간 안 원장은 자신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미심쩍어 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철수로 대변되었다고 봤다. 때문에 스스로 볼 때 안철수를 원하는 것인지가 명확치가 않았다.

ⓒ뉴시스.
그는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자기 자신에게 3가지 질문을 해본다고 했다.

안 원장이 밝힌 기준은 1>내가 정말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지 2>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인지 3>실제로 내가 일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인지이다. 그에 따르면 이중 하나라도 충족이 안 되면 선택하지 않는다. 지난 서울재보선 때도 이 기준에 맞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안 원장은 기습적으로 대중, 국민, 독자에게 묻고 있다. '나를 정말 원하십니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안철수 원장이 대선출마를 할 것인지를 물어왔다. 기다려도 봤고, 재촉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물음을 역으로 안 원장이 던진 것이다.

결국 안 원장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도전 할 때 묻는다는 세 가지 기준. 이 중 어느 것에 답을 내리지 못한 것일까.

정치인은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대권주자들 중 형편없는 지지율을 갖고서도 출마하는 이들은 여럿 된다. 이들은 자신이 확신하는 비전, 그것에 대한 신념을 갖고 맨 몸으로 바닥에 헤딩한 경우다. 그런 점에서 안 원장은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인기가 없으면, 출마할 생각조차 안 했을 테니까 말이다.

출마 기로에 섰다면, 국민을 넘어서라는 얘기다. 어쨌든 소통을 통해 답을 찾으려는 안철수식 방법이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박근혜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대선 주자들  중 출판 기념회를 열지 않은 보기 드문 케이스다. 혹자의 말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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