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큐레이션’·티몬 ‘콘텐츠’ 정체성 강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지난해 나란히 대표를 교체한 위메프와 티몬의 새 대표 체제 아래 첫 성적표가 공개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양사가 여전히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떠안고 있는 데다, 시장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만큼, 위메프와 티몬만의 색깔 입히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위메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위메프의 매출은 2448억 원, 영업손실은 33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6% 가량 줄었고, 영업손실은 37.6% 개선됐다. 2020년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체질 개선과 시스템 운영 효율화가 주효했다. 위메프는 2019년 영업손실 757억 원, 2020년 542억 원, 2021년 338억 원 등 최근 3년 간 적자를 꾸준히 줄여왔다.
매출이 줄어든 데는 수수료율 축소와 직매입 상품 비중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위메프는 지난해 4월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2.9%로 인하했다. 이는 온라인쇼핑몰 평균 수수료 16.7%(공정위 2021년 대규모 유통업자 유통거래 실태조사)의 6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체질 개선을 위해 전체 판매액 중 이용자 결제액이 온전히 매출로 계산되는 직매입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지난해 직매입 매출은 5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8.5% 감소했다.
위메프는 “업계 최저 수수료 정책이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음에도 큰 폭의 손익 개선을 이뤄냈다”며 “지난 한 해 단기적 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티몬은 매출은 줄고 적자도 확대됐다. 지난해 티몬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7% 감소한 129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760억 원으로 전년(-631억 원)보다 늘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대표 교체와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적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티몬은 여행·공연 등 문화 관련 카테고리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었던 만큼 코로나19 수혜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들이 식품, 생필품 등을 앞세워 몸집을 키워간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티몬은 최근 일상 회복에 따라 여행 매출 등이 오르고 있는 만큼, 올해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티몬이 1분기 국내여행 실적을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실적을 5%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 여행 매출은 코로나 이전 대비 22%가 올랐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숙박대전’이 시작되면서 11일간(7일~17일) 발생한 티몬의 국내여행 매출은 전달 동기 대비 105% 급증했다.
위메프와 티몬은 모두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표를 맞이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2월 박은상 대표 뒤를 이어 하송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앞서 위메프는 박은상 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8개월 여간 휴직하면서 오랜 기간 조직장 중심의 임시 경영체제가 이어진 바 있다.
티몬은 지난해 6월 장윤석 대표를 중심으로 회사를 재정비했다. 이진원 전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직을 사임하고, 뒤이어 선임된 전인천 재무부문 부사장(CFO)과 공동 대표 체제를 꾸렸다.
업계에선 양사가 대대적인 조직 변화에 나선 걸 그만큼 시장 경쟁이 어렵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선 양사만의 뚜렷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티몬은 브랜드 정체성으로 ‘콘텐츠 커머스’를 택했다. 실제 장 대표는 콘텐츠플랫폼 기업 아트리즈 출신으로 콘텐츠 분야 전문가다. 아트리즈는 크리에이터가 선별한 브랜드, 상세한 상품 설명, 고객 간 소통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기획하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다.
티몬은 장 대표 취임 이후 콘텐츠와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파트너 성장을 이끄는 ‘이커머스 3.0’의 비전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는 “단편적인 유통회사를 벗어나 ‘브랜드 풀필먼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위메프는 테크(메타쇼핑)와 휴먼(큐레이션)을 결합한 유저 중심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높여 서비스 체질을 크게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2.9% 수수료로 파트너사와 상품 DB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메타쇼핑과 D2C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올해도 목표는 손익 개선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해 플랫폼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뚜렷한 손익 개선을 이끌어 냈다”며 “올해는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해 중장기적으로 매출과 손익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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