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힌 ´김문수 대 박근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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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살 잡힌 ´김문수 대 박근혜´ 기사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8.13 13: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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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 반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지난 8일 회사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심의위)에서 기자의 기사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심의위원회는 당장 기자로부터 소명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기사가 문제가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한 기사가 문제가 됐더군요. 지난 7월 17일자 '김문수 대 박근혜…52.2% 대 42.8%' 제하의 기사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기사 내용 중에 '팩트(사실)' 아닌게 없는데 뭐가 문제인지 정말 황당했습니다.

심의위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새누리당 김문수 예비후보자와 박근혜 예비후보자의 본선경쟁력을 보도하면서, 2010년 지방선거시 득표율(52.2%)과 2012년도 제19대 총선 새누리당 득표율(42.8%)를 비교하여 김문수 예비후보자가 박근혜 예비후보자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보도한 것은 유권자들이 판단하기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객관성이 다소 결여된 보도로서 특정 후보자에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라는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대한 소명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요구했습니다.

심의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우선 기사 내용 중에 '펙트' 아닌게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을 비교하는 게 뭐가 문제인지 되물었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을 집어내 드러내는게 기자의 역할이 아니냐고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문제 삼는다면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전화 통화를 할 때 저는 떳떳했습니다. 심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내심 착잡했습니다. '지금이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다음날 목요일 휴가지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의위로부터 '불공정 선거보도에 대한 주의 촉구' 결정이 나왔다는 회사의 전화였습니다.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가족들과, 특히 아이들과 휴가를 왔는데 제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꾹 참고 월요일인 13일 회사에 출근해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공문 발췌문
13일 심의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먼저 심의위가 결정문에서 언급한 '김문수 예비후보자가 박근혜 예비후보자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단정적으로 보도'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아래 첨부한 기사에서처럼 저는 부제목에 '본선경쟁력은 누구?'라며 물음표를 붙였습니다. 단정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사 첫 문장에서 분명히 '새누리당이 지난 2년 간 치른 선거 결과에 비춰'라는 단서와 함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박근혜 의원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적었을 뿐입니다.

이를 강조하자 심의위 담당자는 기사 후반부에 있는 "결국 '4·11 총선과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0년 6·2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가 박 의원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정적으로 쓴 겁니까? 새누리당이 지난 2년 간 치른 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분석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제 주장을 쓴게 아니라 정치권에서 돌고 있는 얘기를 전달했을 뿐입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작은 부분을 언급한 것은 심의위의 결정이 얼마나 '날림'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통화한 심의위 담당자는 '심의위원회 탁자에 오른 기사에 대해 길어봤자 10분 정도 얘기를 나눈다'고 했습니다. 평균적으로 10분에 훨씬 못미치는 시간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기자의 명예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그렇게 짧은 시간에 내린다니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담당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과 관련해 '관점의 차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관점'을 가지고 국가기관이 그 기사를 재단할 수 있나요? 언론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 그 건 말도 안 되지요. 솔직히, 이번 기사가 문제가 된 것은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을 뒤집는 내용을 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근혜 대세론'과 정반대로 가는 기사를 썼기 때문이죠. 달리 말하면 박근혜에게는 아픈 내용을, 김문수에게는 격려하는 내용을 쓴 게 이상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기자는 '박근혜 대세론'에 편승하는 기사만 써야합니까?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워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박근혜 쪽에서 이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냐'고요. 그랬더니 '절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쪽에서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제3자적 위치에 서야 할 국가기관이 왜 나서서 이 기사를 문제 삼았을까요. 팩트가 아닌 내용도 없는데…. 그래서 더더욱 '박근혜 대세론'에 편승하지 못한 게 문제가 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난 4·11 총선 직후 새누리당의 득표율과 관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원내 과반인 152석 확보에 성공했지만,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승리까지 낙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상당했습니다. 기자도 이런 분석들을 토대로 기사를 썼습니다. 이런 시각이 뭐가 그렇게 문제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9일 열린 새누리당 대선예비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에게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이 남성은 "네가 뭔데 박근혜를 욕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멱살 잡힌 김문수와 기자의 처지가 왠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 서글퍼집니다.

여기에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심의위 담당자와 꽤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담당자도 제 의견을 나름 존중해 줬습니다. 저도 담당자의 견해를 존중했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없습니다. 저도 담당자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심의 시스템과 공정성 등에는 신뢰가 안 갑니다.

심위위의 박용상 위원장의 이력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했습니다. 모 신문의 "5공 초기에 국보위를 도왔다. 훗날 전경환(전두환 동생)과 관련된 소송을 맡아 석연찮은 취지로 전경환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기사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의위 담당자는 '이번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를 해도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라도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기자는 '한심한 기자'로 영원히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문제 삼은 기사 원문
 

김문수 대 박근혜…52.2% 대 42.8%  
여론조사 뒤집는 실제 투표결과 ´눈길´…본선 경쟁력은 누구?
 
윤종희 기자

새누리당이 지난 2년 간 치른 선거 결과에 비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박근혜 의원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에게 지난 4·11 총선은 사실상 '박근혜 선거'였다.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권을 행사하다시피 한 선거였던 것이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후보들은 조금이라도 표를 더 얻기 위해 너나 없이 '박근혜 마케팅'까지 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이명박)계 의원들 대부분은 탈당 대신 당에 잔류하며 새누리당의 승리를 도왔다.

그 결과,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42.8%였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한 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46.03%,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친 진보 진영의 득표율은 46.75%이다. 두 진영의 득표율이 거의 비슷한 가운데 진보가 조금 앞섰다.

앞서 지난해 10월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의원은 당시 나경원 후보를 지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 후보는 박원순 후보에게 패한다.

2년 전에 실시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한다. 하지만, 김문수 지사는 당시 야권 유력 주자였던 유시민 전 진보통합당 공동대표를 꺾으며 그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김 지사의 득표율은 52.20%였고 유 전 대표는 47.79%였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대표적 친박(박근혜)계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8도 사람들이 다모인 것은 물론 잘사는 동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동네도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 행정경험으로는 서울시장보다 경기도지사가 나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4·11총선과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0년 6·2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가 박 의원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김 지사는 17일 SBS 라디오에 출연, 박 의원과의 차별성에 대해 "아무래도 우리 서민들의 민생에 대한 이해는 제가 좀 낫다고 본다. 그리고 또 당내 민주주의도 제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우리 대한민국을 확고부동하게 선진통일 강국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는 저의 행정 경험이나 국가에 대한 비전이 앞선다고 본다. 이런 자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새누리당에 입당한지 19년 째인데, 지금 당이 가장 완벽한 '박근혜 1인 사당'이라는 많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지사의 삶은 박 의원과 완전히 다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때 박정희 대통령 3선 개헌 (반대 데모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받았다. 대학에서 제적을 2번 당하고 졸업을 25년만에 했다. 그 중간에 감옥에서 2년 6개월 있었고 공장 생활을 7년 했다. '공돌이'로 36시간 공장작업을 쉬지 않고 한번에 일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고문도 많이 당했다. 전기고문, 고추가루 고문, 물고문, 안 당한 고문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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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사 2012-08-13 17:04:11
보소, 최민경님도 기사의 앞뒤도 안재고 무조건 기자가 잘못했다고 하잖아. 팩트를 말해도 안되는 세상. 누구의 책임일까? 난 아는데 겁나서 말 못하겠다. 잡혀갈까봐서리

최민경 2012-08-13 16:11:57
기사님이 잘못하신거 같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