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84% 지지율로 대선후보가 된 박근혜 후보를 겨냥 "어제 전당대회를 보면서 유신시대로 돌아간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21일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장충체육관 선거를 연상케 하는 대회가 돼버렸다. 선출이라기보다는 추대라고 봐야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체육관에서 99.9%, 99.7%, 99.4%, 99.8%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99.4%, 99.85%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됐다"며 "5명 후보가 경선한 이번 새누리당의 경선에서 83.9%가 나온 점은 역시 유산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사당의 증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이 같은 지적은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비난만 할 여유가 없다. 84%의 지지율이 어떻게 나왔는가를 떠나서 그 자체로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찾는게 먼저다.
이번 새누리당 경선 과정은 민주통합당에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경선에 참여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은 경선과정에서 '사당화' '불통' 등 박근혜 후보의 문제점들을 야당 후보처럼 강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 앞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심지어 경선 중간에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있었던 공천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이 터졌음에도 '박근혜 대세론'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새누리당 비박주자들에게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 등 대표적 비박 3인방들이 애당초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막강한 대세론을 구가하는 박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세 사람은 이를 무시했다.역대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이변이 없었다. 말그대로 '대세 추종주의'가 그대로 실현되는 장이었다. 이처럼 선례가 명확한데도 이들은 혼자서도 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져있었던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아가, 경선에 참여한 비박주자인 김문수 김태오 안상수 임태희 네 사람 사이에서도 단일화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무지 여론조사로 봐서는 박 후보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배짱으로 전혀 힘을 합칠 생각을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이기려는 생각보다는 차차기를 염두해 두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만 한다는 인식만 퍼졌다. 그러면서 '이들은 박근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무성했다.
이번 새누리당 경선 사례에 비춰, 민주당 '투톱'인 이해찬·박지원 두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누가 민주당의 후보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야권 단일후보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와 관련해 '3자필승론'이 회자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 민주당 후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세 사람이 붙으면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분열한 바람에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으로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중도 유권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박 후보가 새누리당과 보수층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 등을 내세우며 '좌클릭'을 하며 중도층 끌어들이기에 힘 쏟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이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소위 종북세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식의 강경 주장은 펼쳐서는 안 된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우클릭' 하는게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중도층 인물들을 수혈받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시 대세론을 구가하던 이회창 후보를 이겼을 때를 돌아봐야 한다. 김대중 후보는 보수의 상징격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았다. 김대중 후보는 온건 개혁성향으로 비쳤고 결과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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