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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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기를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09.27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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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정치밥 먹고 살아갈 이상 낯은 두꺼울수록 좋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상실의 시대를 맞았다. 그는 27일 아파트 매입 다운계약서 관련,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안 후보는 적은 연봉의 월급쟁이가 수백 년을 살아도 못 벌 만큼의 돈을 벌었다. 지난해는 자신이 가진 재산 중 1500억 원 상당의 안랩 소유 주식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번 돈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업을 해보니 열심히 노력했는데 실패했는가 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큰 성공을 거둔 적도 있다는 것이다.

사업의 성과를 내는데 있어 자신의 힘이 미치는 영향은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니 돈을 벌게 해준 사회와 나눠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때문에 낼 돈을 당연히 낸 것이지, 스스로 기부천사라는 생각에서 낸 것은 아니라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인 듯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그의 기부 소식에 환영했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우리 사회에 파란을 일으킨 안철수 붐은 고스란히 정치권을 강타했다. 많은 이들은 IT업계의 히어로 안철수, 그가 지닌 도덕성이라면 똥물을 뒤집어 쓴 것만 같은 정치권을 정화시킬지 모른다며 나름의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흠집들이 하나둘 발견되고 있다. 전날만 해도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지난 2001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시세보다 2억 원 내린 금액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탈세 의혹이 일었다. 덩달아 그를 비난하는 눈길들도 한층 매서워졌다.

한편에서는 그 당시 부동산 매입하면서 제 금액으로 적어내는 이가 어디 있기나 한 줄 아냐,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해라, 누구 말마따나 건도 안 되는 일에 꼬투리를 잡고 있다며 코웃음치는 이도 있다. 기자가 만난 이들 중 안 후보를 지지한다던 한 시민의 말이다.

건도 안 되는 일, 그 말은 참여정부 시절 신정아 사건으로 연일 시끄러워지자 이를 두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신정아 사건은 큰 후 폭풍을 가져왔다.

그러니 이런 때일수록 안 후보가 낯이 두꺼워지는 연습을 했으면 한다. 대선 막바지로 갈수록 안 후보를 향한 혹독한 검증은 가열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 때는 고개를 숙이는데 그쳤다면, 다음 검증 때는 무릎을 꿇을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정치권에 들어온 이상 함부로 고개 숙이지 않기를 바란다. 

혹자는 명예를 앞세운 이는 명예 때문에 자멸하고, 도덕성을 먹고 사는 이는 그 때문에 발목을 잡힌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중 어느 쪽에도 해당 돼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깨끗한 사람이 자살하는 겁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살하는 거 봤어요? 정작 자살할 사람은 자살 안 해요. 그 사람들은 듣는 게 죄다 욕뿐이라 그러려니 하고 오히려 당당해요. 그런데 깨끗한 사람들은 조금의 일로도 견디지를 못해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다른 말로는 '다 짊어지고 간다'라고 하는 겁니다. 깨끗한 물고기는 흙탕물에서 살 수 없는 법입니다. 더러운 것들은 흙탕물에서 맘껏 휘저어도 그게 편할 테지만…"

정치밥을 먹고 살아갈 이상 낯은 두꺼울수록 좋다. 역으로 말하면 안 후보가 무릎 꿇을 일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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