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빚지게 하는 ‘약탈적 금융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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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빚지게 하는 ‘약탈적 금융 사회’는…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10.02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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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전문가의 <약탈적 금융 사회> … 서민 빚의 원인 규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상인 기자]

어마어마한 서민 가계 부채, 하우스 푸어 150만 가구, 빚을 진 가계가 전체의 60%인 대한민국을 서민 경제 전문가 제윤경, 이헌욱이 고발했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 대다수를 빚의 노예로 전락시킨 ‘약탈적 금융’을 그 배후로 지목한다.

약탈적 금융 시스템은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하고, 현금 쓰면 손해라기에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했다. 집값이 치솟기에 대출 받아 아파트를 사고, 이자율이 낮아서 예금 대신 펀드로 갈아타게 했다. 그리고 생활이 아무리 빠듯해도 아이들은 학원에 보내게했고, 결국 부자를 꿈꾸고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대다수는 빚쟁이가 됐다.

▲ <약탈적 금융 사회> 제윤경/이헌욱 공저, 2012년 9월.ⓒ도서출판 부키
이 책은 외환 위기 직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하에서 약탈적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며, 지금까지 금융권이 어떤 식으로 이득을 취하면서 소비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겼는지, 그 결과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금융의 노예가 되었음을 낱낱이 고발한다.

또 <약탈적 금융 사회>는 우리가 이미 냉혹한 금융의 ‘약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그것이 불법 사채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문가이기 때문에, 감독 기관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려울 때 국민의 혈세로 회생시켜 준 우리 사회의 금융권이 99%가 빚의 노예로 전락한 지금은 위기는 나 몰라라 하고 수익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약탈적 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는 ‘약탈적 대출’과 서민이나 중소기업인, 자영업자들에게 관행으로 저질러지는 금융권의 행태에서 비롯된다.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돈을 취하는 행태 역시 ‘약탈적’이다.

최근 한 취업 포털 업체가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60%가 ‘월급고개’를 겪는다고 했다. 이 시기를 대다수 직장인은 신용카드로 버티고 있다. 그래서 요즘 대다수 직장인은 월급날이 되어도 보람을 느낄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약탈적 시스템 안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이처럼 빚의 노예로 살 수밖에 없다. 빚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일상이 이 시대 대한민국 중산층의 슬픈 자화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빚의 사이클이 대물림돼 아이들의 미래마저 빚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백주 대낮의 강도나 다름없는 금융권과 거기에 일조한 다른 공조자들이 있었다.

저자들은 이 공조자들이 우리로 하여금 빚을 빚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금융이 무조건 좋은 것이며, 이제는 신용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또 지금의 채무 노예 사회를 만든 약탈적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권이 심어 놓은 ‘내 탓’ 이데올로기다. 실제로 금융권은 항상 ‘남 탓’을 해 왔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는 저소득층이 카드를 무리하게 썼다고 했고, 2008년 키코 사태 때는 뭘 모르고 투자한 중소기업 탓이라고 했으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후순위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책임을 떠밀었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한 지금의 가계 부채 상황 역시 과도한 대출을 권한 자기들 책임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의 약탈적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기 위해선 암담하기 그지없지만 저자들은 ‘저항’과 ‘연대’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외친다.

2011년 가을에는 월스트리트 시위대가 등장해 금융자본으로 대변되는 상위 1퍼센트의 부자에 맞서 99퍼센트를 위한 변화를 요구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행동이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 지금의 가계 부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한번 주장한다.

그래야 ‘빚의 노예’가 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암울한 현실을 이겨 낼 ‘희망’이 무엇인지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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