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투표권 상호주의 원칙을 재확인해줬다. 한 장관의 관심사인 이민청 설치 검토가 본격화될 경우 현재 지방선거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 투표권 역시 국가 상호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면 개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이민청이 설립될 경우 국가 상호주의 원칙에 맞게 외국인 투표권을 금지할 수 있느냐’는 <시사오늘> 질문에 “국민들께서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평이한 수준의 서면 답변을 전제하면서도 “인구·노동·치안·인권문제 및 국가 간 상호주의 등을 고려해 백년대계 차원에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설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또 “외국인 유입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고 최우선으로 존중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 등 엄정한 국경·체류질서 확립”이야말로 국익 차원의 이민청 설치 조건과 기대효과, 목적임을 강조했다.
앞서 한동훈 장관은 취임 초부터 이례적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이민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가 상호주의 원칙이 핵심임을 시사해온 바 있다. 역차별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표권이 폐지되거나 개선되기를 바랐던 다수 국민적 여론에 부응하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지난 지방선거부터 시행 중인 외국인 투표권은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지난 자 중 만 18세 이상으로 외국인등록대장에 명단이 올라있는 외국인에게 부여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인 투표권자가 많은 가운데 문제는 우리는 되는데 정작 공산권인 중국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투표를 행사할 수 없어 국가 상호주의에 어긋나고 있는 점이 제기돼왔다.
박인환 전 건국대 법대 교수는 관련 대화에서 “지방선거는 주민자치라는 개념에서 접근되는 줄 알지만, 이 역시 국가 간 상호주의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주민자치를 안 해주는데 우리만 해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단체를 이끄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중국동포 투표권만 100만이 더 될 것”이라며 “공산당과 노선이 비슷한 정당에 투표할 경우 국가 체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근본적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국익적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법무부의 서면 답변은 외국인 투표권 폐지론에 긍정적 방향임을 간접적으로나마 거듭 확인해 줬다는 평가다.
다만 이민청 설치 검토가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등 해당 현안이 가시화되지 못해 불투명한 형편이라 장차 현실화될지는 또 다른 일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으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8월부터 법무부는 이민정책 컨트롤타워 설치 논의를 위한 국회세미나, 국민 참여 토론 등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동훈 장관이 외국인 투표권 등을 대폭 손질한다면 그를 둘러싼 대망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촉법소년 하향제에 적극 나서는 등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법의 상식화’ 추진을 화두로 올려놓은 점에 호평받는 분위기인 만큼 국가 간 차별 논란을 빚었던 외국인 투표권을 개선할 경우 그의 존재감 또한 더욱 높아질 거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은 또 다른 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주목되고 있는 ‘한동훈 대망론’에 관해 “대권의 벽은 다른 데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대표 엘리트 이미지의 표본이지만 발언 상 빈틈이 적고 스마트함과 합리적 측면이 큰 점이 반대로 공감 능력의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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