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가 보여준 비례의 품격 [국정감사 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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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가 보여준 비례의 품격 [국정감사 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1.01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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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정쟁 벗어나 소외계층 대변한 정책 질의…비례대표·국정감사 존재 의의 되새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정쟁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정책 질의로 비례대표와 국정감사 존재 의의를 되새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정쟁에서 벗어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정책 질의로 비례대표와 국정감사 존재 의의를 되새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회는 민의(民意)의 전당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그러나 지역별로 대표자를 뽑는 다수대표제만으로는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밖에 없는 소외계층이 국회에 들어가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비례대표제는 끝없는 무용론(無用論)에 시달렸던 게 사실입니다. 정당이 순번을 부여하는 비례제도의 특성상, ‘자리 나눠먹기’ 논란에 휩싸이기 쉬운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들이 소외계층을 대변하기는커녕 권력자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재선을 위한 ‘줄서기’에 혈안인 모습은 무용론을 부채질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022년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활약은 비례대표의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할 만합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직후부터 국회 회의장 내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허가하도록 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로 비판에 노출됐을 때도, 출근길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갈등 조정에 나섰습니다. ‘장애예술인 지원 3법’으로 불리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과 문화예술진흥법, 공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사람도 김 의원이었습니다.

정쟁(政爭)으로 물들었던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 의원은 장애인들의 생활상 어려움을 짚고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중복도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시각장애인들이 업으로 삼고 있는 침술, 안마, 지압 등의 분야에는 한자가 많은 도서가 다수인데도 정작 도서를 신청하면 거부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또 체육 분야와 관련, 전맹(全盲) 시각장애인과 스스로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의 등급분류체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광주 북구에 위치한 장애인 체육시설 ‘반다비 체육센터’에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30종 중 4종에 불과하고 수영장에도 계단이 있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꼬집어 개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만15세 이상 국민 중 93.9%가 국내여행 경험이 있는 것과 달리 장애인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12.6%에 그쳤다고 지적하면서 장애인 여행사업인 ‘열린관광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열린관광지 홈페이지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가 누락된 부분이 많으며, 관광지에도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의 질의를 받은 기관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중간 중간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질의가 너무 많아 허락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야 할 것 없이 동료 의원들이 양해해 추가 시간을 부여할 정도였습니다.

김 의원의 질의는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체감하기 어려웠을 내용이었습니다.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국회 내에서 낼 수 있게 하겠다는 비례대표의 취지에 부합합니다.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행정 과정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점을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이 지적한 것 역시 국정감사의 존재 의의를 돌아보게 합니다.

물론 김 의원의 활약은 언론에서 거의 조명 받지 못했습니다. 자극적인 말로 특정인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호통 치는 내용이 아니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 의원이 보여준 언행이야말로 비례대표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 국정감사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이었습니다. 정치가 ‘권력 쟁탈 게임’이 돼버린 이 시대. 김 의원처럼 ‘품격 있는’ 정치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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