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과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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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과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
  • 윤명철 기자
  • 승인 2012.10.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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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은 임진왜란의 교훈을 기록한 징비록, 정독하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올해는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이다.

국내외 현실은 지난 420년 전에 겪은 국난(國難)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는 점점 깊어만 가는 양극화로 계층간의 갈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대상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범죄와 노소를 가리지 않는 성폭력으로 서민들의 삶을 더욱 처참하게 만들어 사회해체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주변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근 연이은 북한군의 귀순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군 기강의 해이로 최전방 경계태세는 국민들의 공분과 불안을 살 정도로 엉망인 상황이고, 잇달은 북한의 서해도발로 긴박한 남북한의 대치상황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독도영유권에 대한 일본 극우세력의 잇단 발호로 한·일간 대립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아울러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과 중국의 갈등은 전쟁까지 치닫을 모양이다.

이런 순간에 우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임진왜란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징비록(懲毖錄)'의 저자 서애(西厓) 유성룡 선생이다. 그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말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경(詩經)'에서 말한 대로 '지나간 일을 징계(懲)하고 뒷근심이 있을까 삼가는(毖)' 의미로 ‘징비록’을 우리에게 남겼다.

1590년 조선정부는 일본의 침략의사를 확인코자 황윤길과 김성일을 일본에 통신사로 보냈다. 당시 반대 당파에 섰던 두 사람은 일본에 다녀와서 서로 상반된 보고서를 조정에 제출했다. 황윤길은 "머지않아 반드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느낀 사실대로 보고했다. 하지만 반대파인 김성일은 "신은 그런 기미는 보지 못했습니다"하고 거짓 보고했다.

이에 유성룡은 "장차 정말로 병화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려느냐"고 묻자 김성일은 "나 역시 왜국이 끝내 동병(動兵)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오. 하지만 황윤길의 말이 하도 과격해서 안팎 인심이 동요되겠기로 일부러 한 말이오"라고 답했다.

결국 정부는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해 거짓 보고한 김성일의 말을 믿어 전쟁을 전혀 대비하지 않았고, 2년 뒤 일본은 수십만의 대군을 보내 우리 국토를 마음껏 짓밣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이 수많은 죄없는 백성들에게만 돌아갔다. 조선 수백만 민초들의 목숨이 왜군에 의해 희생됐고, 머나먼 타국땅으로 끌려간 이들도 상당수다.

이런 국난속에 영의정으로 7년간의 전쟁을 이끌며 국정을 돌보았던 서애(西厓)선생은 우리가 얼마나 국제 정세에 어둡고, 당파싸움에만 매달려 국방에 소홀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황을 사실적으로 서술했다.

그런데 만약 그가 환생해 요즘 대선 주자들의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방 분야 공약에서 '사병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왜 아까운 남성들을 2년 몇 개월씩 군대에 보내나. 1년만 보내고 대신 직업군인제를 하자"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공약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사병 복무 기간을 4개월 단축시킨다는 공약을 내세워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것에 기인한 것이다. 군대 가는 젊은 남성들과 그 부모들의 마음을 표심으로 연결하겠다는 대표적인 포플리즘 공약인 것이다.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대치 중인 북한의 사병 의무 복무 기간은 5~12년으로 세계 최장기간이다. 이슬람 국가들과 끊이지 않은 전쟁으로 대치중인 이스라엘도 남성 36개월, 여성 21개월이다. 심지어 제2세계대전도 피해간 영구중립국인 스위스는 징병제이고, 군사적 긴장상태가 없는 싱가포르도 24개월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2029년까지 병역 자원이 최대 6만90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병력이 줄어들면 대체할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무기로 화력을 증강시키던가, 아니면 간부층을 증가시켜야 하는 예산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전투능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6·25전쟁 당시 미군은 한반도 산악지형과 영하 40도를 넘는 강추위에 고전을 면치 못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보았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 후, 이를 교훈삼아 미국 알래스카에 산악전 학교을 신설해 새로운 지형과 기후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실시해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를 양성했다.

실제로 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한반도 지형과 기후를 고려해볼 때, 최소한 2번의 겨울철을 경험해봐야 전투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표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무책임한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과학적 근거로 설계된 실질적인 대체방안이 없는 한 우리에게 새로운 안보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만약 유성룡 선생이 이런 공약을 본다면 어떤 심정일지 사뭇 궁금할 따름이다.

앞으로 60여일 다가온 대선에 나설 각 정파의 대선후보들은 서애 유성룡 선생이 후대들을 위해 경고한 징비록을 올바로 정독해보길 바란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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