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거주 지역 외 인근 지역 오가기도
이은희 교수 “피로도 ↑, 불완전설명 가능성”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소멸위험지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보험설계사 1인이 담당해야하는 고객 수가 대도시 대비 4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역별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지역 보험설계사의 업무과다 및 피로도 증가, 이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 확대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전속설계사의 분포와 시사점’에 따르면 전속설계사 한 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2020년 수도권 383명, 대도시 322명, 지방 1115명이다. 지방의 설계사 한 명은 대도시의 약 4배나 많은 인원을 담당해야 한다.
대표적인 대도시인 서울의 경우, 담당 인원수가 2010년 164명에서 2020년 173명으로 5.0% 소폭 증가한 반면, 경북은 2010년 574명, 2020년 1415명으로 146.7%나 급증했다.
이처럼 지방 설계사가 담당해야 할 인원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물리적으로 고객을 일일이 만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고객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더해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2020년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시군구 229곳 중 102곳(44.5%)이 해당돼 지속적인 지역 인구 감소가 우려된다. 이 역시 지방 설계사 업무 피로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치원에 거주 중인 류다운(28)씨는 “설계사를 찾아보기 어려워 지인의 지인을 통해 보험을 들고 있다”며 “지인들이 사는 지역과 내가 거주 중인 지역이 달라 만나서 보험을 들긴 어렵고, 대부분 전화나 이메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씨는 보험설계사를 직접 만나 설명을 들었을 때는 2시간 넘게 설명을 들었는데 전화나 이메일로 소통할 때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화의 경우, 오래 통화하기 힘들고 이메일은 약관이나 항목을 확인은 가능하지만 설명이 더해지지 않다 보니 자세히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지역 보험설계사의 피로도 증가 역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속설계사들이 활동하는 지역을 설계사 수로 나눈 활동범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서울은 0.01㎢인 반면, 지방은 6.37㎢이었다.
대구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이종화(50)씨는 하루 300~500km 정도를 이동한다. 주 활동지역인 대구 이외에도 경북, 경남, 구미 그리고 성주까지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고객을 만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고객을 다 관리하기) 쉽지 않고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인구 감소 추세와 합쳐져 지방의 설계사는 고객과 만나기 위해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는 한다. 이는 설계사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상품 자체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불완전설명을 없애야 하는데 설계사 피로도가 높으면 불완전설명 가능성이 높아져 소비자 피해 발생 확률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취약계층이 보험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역일수록 교육 수준이 낮거나 연령이 많거나 소득이 낮은 소비자들이 많다”며 “지역의 취약 소비자들은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거나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험의 경우, 더 자세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객 수를 서울·수도권과 동일하게 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지형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설계사의 업무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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