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기수 “저출산 해결하려면 한국 사회 특수성 성찰해야”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은기수 “저출산 해결하려면 한국 사회 특수성 성찰해야”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12.16 16: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반성장포럼(92)] 은기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유교문화·가족주의·성차별 등 우리나라 특수 요인 살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제92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은기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시사오늘 안지예 기자

‘초저출산’ 현상으로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이 공통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은 그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문화와 가치관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제92회 동반성장포럼 강연이 열렸다. 이날 ‘왜 한국의 출산력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은기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정책에 어마어마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재정이 낭비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며 “이 같은 정책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정책이 실시되는 기반과 한국사회의 특수한 모습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은 교수는 △신유교주의 유산 △서울·수도권 집중 △강한 가족주의 △구조적 성차별을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사회만의 대표적인 특수성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신유교주의의 유산은 ‘현대판 신분제’로 변화했다면서 이를 ‘현대의 양반되기’(Yangbanization)로 규정했다. 은 교수는 “양반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부모들은 자녀를 ‘양반’으로 만들기 위해 고등교육을 필수로 여기고 육체노동이 아닌 사무직 노동의 직업을 주고 싶어하는데, 이 같은 부담이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도 문제로 짚었다. 현재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력의 핵심은 모두 서울에 몰려 있다. 과학 기술의 진보는 오히려 서울 집중 현상을 가속화했고, 젊은 연령층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은 교수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30 세대의 54.3%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살고 있다. 그는 “수도권 쏠림으로 주택문제, 고용문제가 심각해지고 결국 저출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강한 가족주의도 저출산과 연관이 있다고 꼬집었다. 은 교수는 “한국은 가족주의가 매우 강하다보니 어떻게든 자녀에게 안정적인 신분을 물려주고 싶어한다”며 “이 때문에 무자식 혹은 1명만을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가족주의가 강한 남유럽도 출산력 수준이 낮다는 통계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성 불평등을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은 교수는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곡선은 ‘M자’를 그리고 있다. 20대에 고용률이 높아지다가 30대에 들어서면서 꺾이고, 이후 다시 높아지는 형태다. 유독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M자 곡선이 뚜렷한 나라”라며 “여성들이 임신·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으며 경제활동에서 이탈하고 일터에 복귀하면 원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는 상태로, 심각한 성차별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 교수는 저출산 정책이 실시되는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려면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돌봄경제 △구조적 성차별 개혁 △지역 균형 개발을 제시했다. 우선 ‘돌봄’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돌봄 서비스의 경제적 효과가 큰 만큼 정부 재정 정책에도 이를 포함해 일·가정 양립을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차별 문제에서는 정치적 영역의 성 불평등을 특히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은 교수는 “현 정부는 우리 사회에 성차별은 없고 여가부도 폐지한다고 하는데 한국처럼 구조적 성차별이 뿌리 깊은 사회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차별 개혁이 출산력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회를 새 부대로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사회와도 동반성장해야 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해선 헌 부대에서 새 부대로, 즉 진정한 근대사회로 변화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정부가 마련한 정책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ㅁㄴㅇ 2022-12-16 18:28:20
너무막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