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 50년 史>"호남이여 단결하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나의 정치 50년 史>"호남이여 단결하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2.10.24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망국적 지역패권주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노병구 자유기고가)

망국병 지역감정의 발화

1963년 10월 15일에 치러진 제5대 대통령 선거는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만 2 년 만에 군복을 벗고 입후보한 선거여서 엄격한 의미에서 쿠데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기도 했다.

박정희는 쿠데타의 여세를 몰아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힘껏 선거운동을 했지만 윤보선 후보에게 불과 15만 표 차로 신승했다. 공포분위기로 몰고 간 선거분위기로 보아 박정희가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신승하고 보니 많은 국민들은 공명선거를 했더라면 윤보선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

그래서 윤보선 후보는 “내가 정신적 대통령이다”라고 호언하고, 박정희 쪽에서는 그 말에 웃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엄격하게 보면 박정희의 쿠데타는 국민의 불신임을 받은 것이다.

1967년 5월 3일 실시된 제6대 대통령선거도 윤보선과의 대결이었는데 이 역시 불법, 무법, 관권 그리고 금권(돈, 고무신, 밀가루)선거였다. 박정희는 고무신 대통령 또는 밀가루 대통령이라고 지탄을 받으면서도 신승했다.

박정희는 5대와 6대 대선에서 윤보선에게 불안한 승리를 하고 나서 3선 개헌 후에 치르는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젊고 패기만만한 김영삼과의 대결을 원치 않고 있던 차에 호남의 김대중이 신민당 대통령후보가 된 것을 크게 다행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는 것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박정희는 대구 경북(TK)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달려간 곳이 대구 수성천변이었고, 김대중은 이에 질세라 광주로 달려갔다.

박정희의 지역감정 유포(호남인이여 단결하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한국정치에 있어 지역감정은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생겼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맞붙은 7대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공화당의 박정희 측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리던 ‘엄창록’을 공화당의 선거 캠프로 끌어들였다.

엄창록은 “김대중에게 승리하려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라”는 메시지를 중앙정보부장이던 이후락에게 전달했다.

4월 2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영남지역에 대대적인 전단지가 뿌려졌다. 내용은 “호남인이여 단결하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였다. 이런 괴문서가 나돌자 영남인의 표심은 박정희를 향했다.

결과는 박정희의 승리였다. 박정희는 김대중을 약100만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영남에서 박정희는 170만표를 더 받았다. 반면 김대중은 호남에서 박정희보다 약 70만표가 앞섰다.

결국 표로 계산하면 박정희는 지역감정을 자극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세 번째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때부터 영남과 호남은 완전히 분리되어 선거철이면 적대적 의식이 고착화돼 도덕성과 합리성이 전혀 통하지 않고 급기야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분야까지 사고와 행동양식을 달리하는 퇴폐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때 망국적인 지역감정이 발병해 박정희가 죽은 후 김대중이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이는 결국 자유민주주의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며 사사로운 이득을 챙기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결국 망국적인 지역감정은 결과적으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박정희가 씨를 뿌리고 이득을 챙기다가 김대중이 이어 받아 더욱 간격을 벌려 놓았다.

망국적 지역감정은 현실과 미래까지 좌우할 만큼 위력이 여전하다

내가 글을 쓴다니까 박정희나 김대중을 액면 그대로 쓰기보다 둥글둥글하게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냐고 물으면 현실정치의 유불리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아마도 망국적 지역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양심과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아편 들린 사람처럼 떨쳐버리지 못하는 타성 때문일 것이다.

담배를 끊는 것처럼, 아편을 끊는 것처럼 결단력을 내려 나라와 후손을 위해 지역주의를 벗어나야한다.

충청도는 핫바지

영남과 호남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해 유권자의 혼을 빼앗아 큰 노력 없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을 부럽게 바라보던 김종필이 당시 여당 어느 간부의 말이라면서 “충청도를 가리켜 ‘충청도는 핫바지’, ‘충청도는 멍청도’라고 합니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국정에 필요한 정견하나 없이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한마디로, 여우같은 정치인들은 웃으면서 실속을 챙겼다.

“충청도민 여러분이 핫바집니까? 충청도 유권자 여러분, 우리도 뭉칩시다.”
이렇게 해서 유사 이래 양반칭호를 들으면서 국정의 중심을 잡아주던 충청도마저 망국적 지역감정 속으로 들어갔다.

지역을 초월한 도덕성과 합법성 합리성이 중시되는 나라가 돼야 할 텐데,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이 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