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함정에 빠진 文-安, 승기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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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함정에 빠진 文-安, 승기는 박근혜?
  • 정세운 기자
  • 승인 2012.10.28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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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방정식③>朴측 민주화세력으로 캠프 교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세운 기자)

2012년 대선의 가장 큰 핵심 이슈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여부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것을 상기하며,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문 후보 측이나 안 후보 측 모두 낙승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야권 중심의 ‘그림’일 뿐이다.

여권(보수) 중심에서 18대 대선의 그림을 그린다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보수진영, 민주세력 잡으로 대선승리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게 패배한 경우는 2번이다. 15대 대선과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 패했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패한 이유를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이인제의 분열’에서 찾는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권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본다. 모두 이인제, 정몽준이라는 보수진영을 분열시켰기 때문에 진보진영 후보가 승리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16대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분열했는데, 어떻게 500만 표차로 정동영 후보를 꺾을 수 있었을까? 

이유야 만들면 된다. 그렇지만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면, 민주세력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면 보수진영이 승리했다는 결과가 뚜렷이 나온다.

1992년 대선에서도 보수진영은 분열했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와 정주영 국민당 후보 모두 대선에 참여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 비교한다면 김대중 후보가 당선돼야 옳다.

승리는 김영삼이었다. 김영삼은 42%를 득표해 33.8% 얻은 김대중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보수 후보였던 정주영이 무려 16.3% 얻었지만 판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07년 대선을 보더라도 결과는 그대로 나온다. 김영삼 지지를 이끌어 낸 이명박 후보는 48.7%얻어 정동영(26.1%)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회창 후보는 15.1%의 막강한 득표력을 보여줬지만,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민정계(산업화세력)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다. 이회창 중심세력들은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 인형을 만들어 화형도 하고, 탈당도 요구했다. 민주화세력이 배제된 채 선거를 치른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에게 패했다.

박근혜, 제3세력 줍기로 승기잡아?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대선도 보수진영 내 민주세력(제3세력)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진다고 필자는 단언한다.

지난 대선(1997년과 2002년)의 제3세력은 김영삼계라고 할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의 제3세력은 김영삼계뿐 아니라 이인제와 이재오 정운찬 등으로 좀 더 세밀히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목소리도 미약한 이들, 제3세력의 득표력은 어느 정도로 보는 게 옳을까?
1987년 대선전의 결과를 보면 잘 드러난다. 산업화세력의 대표였던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36.6% 얻었다. 진보진영을 대표한 김대중 평민당 후보는 27% 얻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제3세력의 표는 김영삼을 향했고, 득표력은 무려 28%였다.

지금 대선전이 산업화세력의 대표 격인 박근혜 대 진보진영의 싸움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지만 제3세력의 표심은 30%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대선승리의 키(key)는 제3세력이 누구에게 표를 몰아주느냐다.

이번 대선에서 제3세력의 표심은 ‘안철수’를 향하고 있었다. 때문에 필자에게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겠느냐’고 물으면 ‘안철수’라고 답했다. 그런데 단일화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기위해서는 ‘진보진영’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제3세력과 손을 잡을 경우 진보진영으로부터 ‘사쿠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문재인이나 안철수 둘 다 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들 진보진영은 솔직히 대선이 양자 대결로 펼쳐질 경우,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 때문에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박근혜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3세력의 지지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섣불리 손을 뻗지 못하는 까닭은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 문재인과 안철수가 후보단일화의 함정에 빠진 듯 보인다.ⓒ뉴시스

문재인-안철수가 진보진영으로부터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박근혜 후보 진영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선대총괄본부장을 김무성으로 교체했다. 김무성은 제3세력의 한축인 김영삼 직계로 통하는 인물이다.

서청원이 중심이 돼 한광옥 김경재 등 옛 동교동 인사를 캠프로 끌어들였다. 또한 25일에는 충청권의 대표 정치인인 이인제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선거캠프를 산업화세력 중심에서 민주화세력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시키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진영은 후보단일화 시기를 최대한 늦춰 ‘극적효과’를 누리려는 전략인 듯하다.

하지만 그사이 박근혜 진영은 ‘광폭행보’를 이어가며 ‘제3세력’ 줍기에 성공하고 있다. 박근혜 진영이 김영삼과 이재오 정운찬 등의 지지만 이끌어낸다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그리 파괴력을 갖추기 힘들 것 같다. 지난 대선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담당업무 : 정치, 사회 전 분야를 다룹니다.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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