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불발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대한항공과 업계 전문가들은 걱정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美 언론사 폴리티코는 기업결합 심사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약 2년간 이번 인수합병을 조사한 결과, 미국행 중복 노선에서의 시장 경쟁 저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으로 반도체와 같은 주요 상품의 화물 운송을 한 회사가 너무 많이 통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검토 중인 소송을 실제 제기할지는 미지수다. 해당 보고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업계 전문가들도 크게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합병 불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실제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미국 법무부의 소송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으며, 미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보도된 미 법무부의 ‘소송 검토’는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현재까지의 과정은 기업심사에 있어 거쳐야 하는 통상적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적대적 M&A가 아닌 우호적 M&A에 속하기 때문에 심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도 “미 법무부의 움직임은 자국 항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항공사들에게 보여주려는 일종의 형식적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넘어야 할 산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이다. 이외 국가들은 지금까지 순차적으로 승인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EU의 중간 보고서 결과가 썩 긍정적인 내용이 아닌 만큼 긴장감을 높인다.

지난 18일 EU 경쟁당국은 발부한 중간심사보고서(SO)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보낸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대한항공의 라이벌 아시아나 인수 제안이 유럽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항공 운송 서비스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 제공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 절차”라며 “경쟁당국의 우려 사항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시정조치로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일련의 항공사 통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 지난 3월 젯블루항공(JBLU.O)의 스피릿항공(SAVE.N)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38억 달러 규모의 합병 계획을 두고“요금 인상과 좌석 수 감소로 이어져 수백 개의 노선에서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은 오는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또한 젯블루와 아메리칸 항공(AAL.O)이 북동 동맹을 폐기하도록 강제할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항공사는 작년 재판 후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