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통한 심층 인터뷰 진행…평판조회 병행
全 자회사 일괄 도입 가능성은↓…내부 승계에 초점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 위한 외부인사 영입 땐 부적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이 강조한 기업문화 혁신 중 최근 성과를 내고 가장 조명을 받은 건 ‘우리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다. 해당 과정을 거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가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되기도 했다.
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은 기존 금융권에서 지주 회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 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내부 논의 만으로 진행하던 선임 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자 도입된 방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31일 은행장 선임 과정을 공유하고자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조병규 은행장 내정까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진행됐고 향후 방향성까지 점검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정수 우리금융그룹 전략 부문 상무는 이 자리에서 “은행장을 포함해서 주요 자회사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은 우리나라 금융업계에서 관행처럼 자추위 내부 논의 만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그룹 회장 한 명의 독단적인 판단력 또는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선임 프로그램은 4단계로 진행됐다. 바로 △외부 전문가가 진행하는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 영향 평가 △자추위 심층 면접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자추위 중심의 은행장 선임 과정보다 더 많은 외부 인사가 참여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장 선임 과정까지 두 달이 넘게 소요되기도 했다. 본래 2~3년 과정으로 진행돼야 할 프로세스를 압축해 진행하다보니 기존 자추위 선임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지연된 것이다. 심층 인터뷰를 맡을 외부 전문가 섭외 등도 선임 과정이 길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첫 도입이다보니 준비단계에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 셈이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야심차게 도입한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다른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반이다.
여기서 말한 절반의 확률은 전(全) 자회사에 일괄 도입하거나 아예 배제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 형태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일례로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여신이나 여·수신을 기본으로 하는 부문에는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자회사들은 현재도 우리은행 출신 임원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이다.
반면, 우리자산운용이나 앞으로 우리금융이 진출할 증권 부문 등 자본시장에 바탕을 둔 자회사의 경우에는 도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도입 가능성이 이처럼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건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내부 승계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수 상무도 “자본시장에 본업을 두고 있는 자회사의 경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되는데 후보자를 2~3달씩 검증을 진행하는 선임 프로그램의 성격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자본시장의 본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CEO가 필요한 자리에 대해서는 내부 승계 육성 프로그램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우리금융은 해당 프로그램이 임종룡 회장 체제 이후에도 지속 적용 가능하기 위한 내재화 또는 매뉴얼화 여부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나 프로세스가 정착되고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내재화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논의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조병규 내정자는 오는 7월 3일 정식으로 우리은행장에 취임할 예정으로, 임기는 2024년 말까지다. 임기 만료 후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재가동될 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사견을 전제로 “조 내정자의 임기 이후에 연임 등을 포함한 결정이 먼저 선행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만약 연임으로 간다고 하면 이런 부분(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이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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