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치 50년 史> 김의택, 전두환 하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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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치 50년 史> 김의택, 전두환 하야 요구
  • 노병구 자유기고가
  • 승인 2012.12.2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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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제2의 정치입문기-2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노병구 자유기고가)

전두환의 하야를 요구한 김의택 총재의 기자회견과

김영삼 김의택 이민우 세 분의 회동 후, 김영삼은 다시 2차 연금으로 창살 없는 감옥의 고통을 받게 됐고, 이민우 회장은 노구를 이끌고 김영삼이 참가하지 못하는 민주산악회를 추스르고 전국 산하를 누볐다. 김의택 민권당 총재는 비록 독재자 전두환의 사술에 걸려 그들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구경만 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런 때 김영삼이 국회에 있었으면 목숨을 걸고 과감하게 파헤쳤을 것인데, 아무도 나서는 이 없음을 한탄한 김의택 총재가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다.

“내 비록 중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지만 마지막 사명을 다하고 싶으니 기자회견문을 작성해 달라”는 간곡한 하명을 받고 나와 민권당 사무총장 최인영과 대변인 이영권, 그리고 중앙당 간사 송요욱 등 4인이 모여 국가에 대한 마지막 충성이 될지도 모르는 회견문을 우리도 목숨 걸고 작성하자고 결의를 다졌다. 군사정권이 가장 싫어하는 체제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로 하고 회견문과 결의문을 작성했다.

그로 인해 문안 작성에 참가했던 우리는 남산 정보부에 끌려가 일주일 동안 지하 3층 감옥에 갇혀 모진 심문을 받고 ‘민주산악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지면 관계로 결의문만 여기 싣는다.

기자회견문
민권당 총재 김의택
결의문
우리 민권당은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하여 다음 사항을 결의한다.
1. 정부는 장여인사건의 배후를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밝혀라.
2. 도탄에 빠진 국민경제 위기를 조속히 해결하라.
3. 언론에 대한 간섭을 배제하고 언론인은 용기를 가져라.
4. 모든 정치범은 무조건, 즉시석방하고 정치규제자의 해금을 즉시 결행하라.
5.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도록 직선제로 고치기 위한 헌법을 즉시 개정하라.
6. 이상의 사항을 조속히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현 정권은 즉시 퇴진할 것을 권고한다.
 1982년 6월 18일
  민권당 정무회의

꼬박 일주일 만에 집에 왔다. 약국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아내는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당신 수고했어요. 아침에 김의택 총재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별일 없이 오늘 나온다고 나보고도 수고했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신 장해요. 그동안 아버지 어머니와 가족 누구에게도 당신이 정보부에 연행됐다는 얘기를 안했어요, 알면 별로 도움도 못주면서 애태우는 것도 그렇고 모두 찾아와서 걱정을 하면 약국 운영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나 혼자 하나님께 기도만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역시 지금까지 고생하며 민주화 투쟁을 한 것이 헛것이 아니였구나 하며 믿음직한 아내를 우러러 보았다. 

정보부 남산분실 지하3층은 끔직한 곳이다. 일제 때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끝내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쓰러진 무수한 애국지사들이 생각나는 곳이다.

남산공원 좋은 자리에, 지하 3층에 고문하는 곳을 만들어 놓고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괴롭히고 억울한 누명을 씌워 희생시켰을까를 생각하면, 언젠가 민주화가 되면 이것부터 없애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것이야 말로 제2의 독립 운동인 셈이다.

뉴스위크지는 1982년 8월 2일자로‘나쁜 사건들과의 싸움’이라는 제목을 달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에게 여러 가지 좋지 못한 뉴스가 한꺼번에 밀어 닥쳤다.
금년 봄 광란하는 한 경찰관이 57명의 시민을 학살하는 사건이 남부 지방에서 발생했고, 전투적인 학생들이 부산에 있는 미 문화원을 방화했으며, 일련의 치명적인 건설공사 사고가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을 강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사건은 대통령 자신의 가족중 수명이 10억불 상당의 금융 스캔들에 연류되어, 한 야당 지도자가 신랄하게 그의 퇴진을 요구하게 된 사건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그나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정권 퇴진’이라는 말은 빼고 보도했고, 그 외 다른 언론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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